계절 가고, 나도 가고

211025_단상

by OIM
KakaoTalk_Photo_2021-10-25-21-19-39.jpeg 스타벅스 연희 DT점.


잊을만하면 브런치를 찾는다. 계정이 거의 폐쇄되기 직전에 호흡을 불어넣는 느낌으로 쓴다. 놔둬봤자 닫히지 않겠지만 심정이 그렇다. 글 쓰는 플랫폼이 두 군데라 그렇다.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쓴다. 한 곳에 정착하려 했지만 잘 안 됐다. 플랫폼별 단점을 피하려 해서다. 그 결과 여기 쓰면 저곳의 장점이 아쉽다. 사람 마음….


한동안 안 썼다. 내 경우 글은 생각의 부산물이다. 일이 있어야 생각도 하고 글이 나온다. Work가 아니라 Something이나 Happening 개념이다. 은거했더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이란 것도 고만고만했다. 쉬었다.


늦잠 잤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의 새 영상을 챙겼다. 잠시 책을 들췄다. 해가 지길 기다렸다. 어스름이 깔리면 가끔 동네에 나갔다. 장을 봤다. 별일 없는 생활을 반복했다. 두 달 넘게.


많은 비가 내렸다. 우기 같은 여름이 지났다. 밤벌레 소리 그리운 가을도 스쳤다. 이제는 창을 열면 모기와 추위가 함께 온다. 흰색 계절이 온다.


다시 일을 한다. 최근에야 의욕이 생겼다. 통장이 비어서 의욕이 '생성 되었'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다. 도보 25분, 버스로 10분 거리다. 첫 출근을 36시간 앞뒀다.


의욕을 살린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쉬면서 읽은 뇌과학 책에 나온 이야기다. '사람의 사고가 부정형으로 치닫는 것만이 우울증이 아니라 의욕 저하가 지속되는 것도 우울증 증상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울증에 대해선 안전거리에 있다고 생각하던 내가 '어쩌면…' 싶어서 이력서를 냈다.


오늘은 입사 서류 떼러 주민센터에 갔다. 나이 지긋한 공무원이 대뜸 반말로 응대했다. "졸업증명서 찾으러 왔는데요~" // "신분증." 초면에 말이 짧은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서류를 주면서 그 위에 내 민증을 툭 던지는 바람에 반말은 이내 사소해졌다. 사회 재진입 신고식 같은 걸까.


마감이 정해진 휴식시간은 급박하게 흐른다. 남은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은데 정작 여유로울 때는 여유를 모르다가 이제야 사라지는 그것을 붙잡고 있다. 숱한 하루들이, 노동 따위를 끼얹고 나서야 비로소 가치롭다. 모든 게 그렇겠지, 아마도.


KakaoTalk_Photo_2021-10-25-21-19-47.jpeg 서로가 궁금한. 도망가지 않는데 다가오지도 않는다. 겨울이라 목도리를 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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