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의미
초등학교 하교 시간인가 보다. 스타벅스에 '1엄마 1학생' 꼴로 손님이 들어온다. 숙제 검사인지 과외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뻘 되는 사람과 아이가 함께 앉아 학습지 등을 푼다.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뀔 무렵 학교를 다녔던 나는 기껏해야 하교하며 문방구에서 불량식품을 사 먹고 집에 와서 '눈높이'나 풀었는데 동네 차이인지 시대 차이인지 많이 변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두유 라테를 한 모금 들이키는데 저 앞 테이블에서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빨리 와라, 아가씨야" 이게 뭐라고 귀엽냐.
1. 이전 회사에서 미지급 임금을 받게 된다. 10만 원 남짓이다. 받아야 할 돈을 텀 두고 받다 보니 '공돈' 같은 느낌이라 사용처를 물색하던 중 자동차세 지로 통지서를 받았다. 딱 그 돈이다. 부질없지. 아무렴.
2. 면접 봤던 곳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면접 이후 불합격 연락은 오랜만이라 살짝 기분이 나빴다. 그럴 수 있지. 쿨해보려 하지만 잘 안된다. 간절히 원했던 곳에 불합격하면 안타깝지만 별 기대 없던 곳에서 탈락하면 기분 나쁘다.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
3.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고 있는데 긴박했던 시즌1,2의 긴장감이 시즌3에서 실종됐다. 이후 반등 기회가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정주행 과정이 일종의 인내를 요하는 일로 변했다. 계속 보는 게 맞는 걸까. 누가 더 보라, 말라 추천 좀 해줬으면 좋겠다.
4. 고타츠.
날이 매우 춥다. 한동안 켜지 않던 고타츠도 쓰는 중이다. 방 안 공기가 싸할 때 고타츠를 쓰면 상하반신의 온도가 달라지는 미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썩 나쁘지 않다. 한겨울 고타츠는 능히 추천할 만하다.
덧) 누가 나사 조으는 데 '전동드릴' 필요 없다고 했나. 손바닥 불 나는 줄. 일반 드라이버로 작업 가능하나 테이블 재질에 따라 꽤 애먹을 수 있다. 팔목이 뻣뻣해진 느낌.
덧2) 테이블 높이가 낮으면 다리가 조금 뜨거울 수 있다. 테니스 공을 테이블 발에 끼워 높이를 조금 높이거나 나름의 방안을 강구하면 좋다. 나는 그냥 쓰지만 세기는 '약'으로 해둔다.
덧3) 고타츠 켜면 눕고 싶다. 켤 때마다 같은 생각 한다.
덧4) 상판 없이도 쓸 수 있는데 테이블이 따뜻해진다. 일단 몸이 따뜻해지는 게 크다.
5. 이런 날씨에 길고양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동안 눈에 띄지 않는 녀석들이 날이 추워지자 부쩍 걱정스럽다. 11월 어느 입김 가득한 날에 살갑게 다가와 비벼대던 애들의 몸짓이 날씨와 관련 깊던 건 아닐까.
+ 빌라 입구 안까지 따라 들어왔던 점박이는 길러달라고 그랬던 걸까. 내가 얘를 데려가 길렀으면 전에 봤던 꼬물이 서너 마리는 어쩌려고 따라왔던 걸까. 가끔은 교감능력이 발달했으면 하고 빈다.
6. 운전 중에 왼쪽 발아래로 뭔가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점검받으러 가봐야 할 텐데 그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길. 브레이크는 잘 듣는데...
7. SNS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글을 종종 살펴보는데, 페미니즘이든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나 태도든 양쪽 어느 것에라도 반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보이면 여지없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봤다. 페미니즘이니 아니니, 주류니 일부니 말이 많지만 '모르면 배우라'는 반박과 '내가 곧 페미니즘'이라는 식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 공부를 좀 해볼까.
8.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촬영해봤다. 간단한 촬영 외 일종의 프로필도 찍었는데 실내조명을 이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 조명을 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고 모델의 자세나 표정에 따라 사진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원래 쓰던 언론사 장비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익숙하게 촬영할 수 있었을 텐데 생소한 카메라를 쓴다고 애 먹었다.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않으나 주변에서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찍은 사진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보도 사진과 사뭇 다르다. 역시 사진은 어렵다.
9. 학교 선배에게 연락 왔다. "사진을 계속할 마음이 있냐"라고. 아는 곳에서 사진(기자) 경력이 조금 있고 30대 초중반의 사람을 구한다는데 확정된 게 아니라 미리 연락을 한 거란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라고 한 발 빼놓은 상태. 시기나 일자리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확답은 어렵다. 무엇보다 지인의 소개에 확답은 늘 필요 이상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애매한 여지를 두고 구직 활동을 할까 말까 하는 중.
10. 아참. 며칠 전 출근했다던 그곳은 지난주 금요일부로 그만뒀다. 상습 임금 체불에 면접 때 말했던 계약조건 '모르쇠', 4대 보험 미납금이 백만 원 단위를 넘어섰다고. 아직도 임금을 못 받아 진정 넣은 직원들이 여럿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그런 이유 등으로 같은 팀 직원들이 모두 나가고 혼자 근무하다가 마지막에 내가 나왔다. 이직 후 출근 첫날 이 사실을 알고 임원과 다툰 뒤 나간 직원도 있을 정도니 내 임금은 나오려나.
11. 연희동 생활 8개월째다. 가장 큰 장점은 맛집과 신촌, 홍대, 합정, 상수, 연남 등과의 인접성이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넘치는 이에게 연희동은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심지어 거주지는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 중 한 가지. 단점은 역시 접근성이다. 지하철역과 멀어 출근 시간대나 바쁠 때 버스 타기가 어렵다. 특히 홍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가끔 만차로 오는 탓에 버스를 놓치면 거의 지각으로 이어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조금 더 일찍 나오거나 걸어가는 방법이 있다. 일찍 나오면 예상보다 더 일찍 도착하고 역까지 걸어가는 일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아, 동네 카페는 (거의) 늘 붐빈다. 이것도 단점이려나.
12. 서론에 적었던 '아가씨'가 문제를 틀렸나 보다. 엄마에게 혼나고 있다. 친구의 수를 구하는 문제였던 것 같은데 풀이를 설명하는 엄마의 표정이 굳었다. 저럴 때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똑바로 읽어"라는 엄마의 꾸중 아닌 꾸중에 감정이 울컥울컥. 어린 마음의 울렁거림이 이까지 넘어온다. 문제 출제자는 왜 친구를 많이 데려오는 상황을 만들었나. 내가 다 속상하다.
엄마는 "열 명씩 여섯 명이라는 말은 없어"라는데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 분간이 안 간다ㅠ
13. 사진을 계속할 것인가, AI(인공지능)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공부해볼 것인가. 둘 사이의 갭만큼 넓은 고민의 가짓수가 선택을 어렵게 한다.
14. 오늘 커피숍에 나온 건 퇴사 후 뒹굴거리던 생활 패턴을 깨고자 하는 동절기 게으름뱅이의 몸부림이다.
15. 가수 홍진영이 '배틀그라운드' 방송하는 걸 보고 재미있어 보여 따라 해봤다가 실력은 죽 쑤고 멀미는 덤으로 얻어왔다. 이렇게까지 게임을 못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16. 친구가 이직하기로 했던 회사에서 출근 일주일을 앞두고 근무지를 바꿔버렸다. 이유는 알 수 없다. 회사에서 통보해왔다는데 여러모로 조건과 평판이 좋은 회사라 다니기로 한 모양이다. 새로 방을 구한다고 분주한 친구를 지켜보며 연봉이 6~7,000만 원 선까지 올라가면 저 정도 일은 감수할 용기가 생기나 보다고 마음대로 생각 중.
17. 이번 주 안으로 이력서를 내고, 다음 주 취업을 마무리 짓자. 다음 주말엔 결혼식 사회를 봐야 하고 사회를 보고 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종교란 걸 가져본 적 없지만 하나의 축제가 된 크리스마스는 어째선지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고 올해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그러고 보니 종교 하나 없으면서 세례 받고 세례명은 '베드로'인 데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에서 모두 의식을 치렀으니 나는 좀 이상한 경우인가. 군대가 준 선물인 셈 치자.
18. 캐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