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월급뽕 맞는 날
1. 월요일. 출근길 러시 아워를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날. 보통 때보다 10분 일찍 나가도 지각을 걱정해야 하는 요일이다. 보통 별 일 없으면 제시간에 나간다는 가정 아래 20분 전에 회사 근처 지하철 역에 도착하는데 월요일은 '그런 거' 없다.
오늘은 비도 왔다. 빗소리가 들려서 우산을 챙겼더니 부슬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내리막길을 뛰는데 바람이 불어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내려왔다. 운 좋게 횡단보도를 건너며 저 멀리 타야 할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은 운이 좋다 생각했다.
시야에 들어온 버스가 바로 앞 신호등을 통과하기까지 신호가 3번 바뀌었다. 천금 같은 아침 시간 중 12분이 그냥 날아갔다. '곧 도착' 버스에 이름을 올린 버스가 10분 넘게 안 온 거다. '연희동 교통 대란 진짜..' 라며 부들부들 떨었다. 도로에 차도 안 빠져 연희동-신촌역 거리를 40분 걸려 도착했다. 지각했다.
2. 티브이 광고를 주 단위로 하는 건지 월 단위로 하는 건지 알 수 없는데 매일 같은 광고를 듣다 보니 외우겠다. 인천 사람들이 버스만 타면 나오는 광고가 있다며 댓글창에서 즐거워하는 걸 보고 갸우뚱했는데 내근직들은 보도채널 모니터링도 하겠어.
3. 한겨레인가 경향에서 미투 운동 보도한 거 보고 '띵' 했다. 우후죽순 드러나는 피해자들에 실상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거라며 혀를 차고 있었더니 언급한 매체에서 이를 보도했다. 그러니까 관점을 약간 비틀어서 보도한 건데,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금 조명되는 이들은 가해자가 유명인이라서 이 정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됐을 뿐, 수많은 '아무개'의 가해-피해 구도로 고통받는 이들이 훨씬 많을 거라는 내용으로 이해했다. 맞다. 피해 사실을 알리든 고발하든 상대가 '범인'(凡人)이면 폭로 후 무엇을 담보할 수 있나.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범인 대 범인으로 권력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이에게 판세는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역사를 통해 수없이 목격하지 않았던가. 이걸 보고 '미투'도 그렇지만 재빨리 미투를 빌미로 시스템을 정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나 지나서 피해자가 겨우 입을 뗄 수 있는 사회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의식 수준에서 한참을 퇴보한 곳 아닌가.
4. 설에 받은 김이 있다. 박스로 받아서 양이 어마어마하다. 어떻게 처리하나 하고 찬장마다 쟁여뒀는데 기우였다. 오랜만에 밥을 김에 싸 먹는데 너무 맛있었다. 갓 지은 밥에서 오르는 김과, 봉지 안에 수북이 쌓인 김의 바삭함이 식감을 자극했다. 밥도둑을 만난 것처럼 한 그릇을 비우고 또 먹을까 고민했다. 이 정도면 조만간 뱃속에 김 양식장이라도 차릴 듯.
5. 미투 운동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별개로 맥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달까. 숱한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런 게 있었다. 미투 운동이라는 큰 궤에서 바라볼 때 성추행과 성폭행 사이에 성희롱이 끼니까 성희롱도 성폭행만큼 나빠 보이는 거다. 엄밀히 말해 성폭행과 성희롱은 행위의 결이 다르다. 접두사만 같을 뿐이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행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성폭행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다가 성희롱 증언을 들으니까 엇비슷해 보이는 문제가 생겼다. 같은 사람의 다른 사례라면 '그놈이 그놈'이니 큰 관계없겠지만 미투 운동 자체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니 용의자는 여럿인데 혐의가 가지각색이라 '그놈이 그놈' 같아 보여서 문제다. 가령 성폭행을 저지른 이와 성희롱을 저지른 이에 대한 잣대는 달라야 하는데 이게 자꾸 겹친다. 본질적인 면에서 잘못한 건 맞지만 뭔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6. 집 뒤편으로 조금 걸으면 '안산'이라고 있다. 작은 산인데 등산로 겸 사람들이 많이 찾는단다. 근데 이게 그 '안산'인지 처음 알았다.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사람을 죽여 묻은 곳이 여기라고. 며칠 전까지 경기도 안산인 줄 알았더니 서대문구 '안산'이었다. 거기다 유 씨가 신촌에 살았었다니 번화가라고 안전한 건 아니겠구나.
7. 살쪘다. 몸무게는 그렇다 쳐도 근육 줄고 살이 불었더니 얼굴이 찐빵 같다. 사진을 찍었는데 한껏 부푼 빵에 단춧구멍을 낸 공갈빵처럼 생겼다. 눈이 작으니 살에 파묻힌 효과가 나는구나. 근육으로 찌울 게 아니면 살찌는 건 포기해야겠다.
8. 최근 성폭력 폭로와 관련해 피해를 고백한 한 분은 지인의 지인이고, 가해(혐의)자로 지목된 한 분도 지인의 지인이다. 두 사람 다 개별 지인의 페북에서 댓글을 달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봐왔던 터라 느낌이 이상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피해/가해자는 아니지만 거 참, 묘하네. 아, 맞다. 팔로우 해 놓은 사람도 가해자로 지목됐다. 혐의가 드러나봐야 알겠지만 아닐 것 같았는데 사람 일 모르는 건가ㅠ
9. 빅데이터에 관심이 있어서 꾸준히 글을 찾아보고 있는데 통계학과가 문과였다고 해서 놀랐다. 서울대 등엔 이과에 속해있지만 연고대나 성균관대 등엔 문과라고 하더라. 통계학과 컴공을 공부하거나 경영학과 컴공, 응용통계 등을 함께 해서 통계를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드는 게 좋다고. 기본적으로 통계를 다루는 일은 빠른 시일 내 인공지능에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며 자기 분야에 전문성을 키우는 좋다는 조언을 봤다. 갈길이 멀다.
10. 채소를 먹으려다가 매번 비싼 가격에 포기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충동적으로 사 먹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값으로 채소의 몇 배를 쓰고 있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오이와 당근을 주력으로 껍질 까는 칼 하나 다이소에서 사고, 이틀에 한 번씩 오이와 당근을 사면 군것질 값 정도로 훨씬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조금 번거롭긴 하겠지만 뭐.
11. 소비자에서 소비자이자 생산자 입장으로 뉴스를 보기 시작하며 '매체'란 게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름이거든. 지상파나 10대 일간지 등도 결국 그간 쌓은 공신력을 이용해 취재 편의를 살리는 거 아닌가. 기자는 그런 매체들이 공들여 선발한 정예들인 셈이고 취재원은 그 매체의 역사와 힘을 믿고 취재에 응하는 거겠지. 그래서 매체력이란 게 중요할 테고 말이야. 근데 최근(이 아니겠지만) 기자에게 통수를 맞았다며 '기레기'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수가 부쩍 늘어서 보면, 취재원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든가 취재 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취재 이후 정보를 취사선택해 뉴스화 여부를 결정하는 건 기자(언론사)의 재량/권한이라는 걸 모르는 데서 오는 오해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한 번 당하면 해당 언론사에 취재 보이콧을 하면 된다. 그래서 특정 언론사는 한 때 대규모 집회 현장에서 취재에 꽤나 애를 먹었던 걸로 안다. 거시적인 취재 지시는 결국 데스크에서 하면서도 애를 먹는 건 일선 기자들이란 점에서 억울한 면이 있긴 하지만 어쩌겠나. 언론사 성향이 개인 역량을 압도할 정도면 취재원 입장에선 보이콧해도 할 말 없지. 어쨌든 나도 신뢰를 주는 글쟁이가 돼야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왕 기사를 쓴다면 말이다. 기사에 권위가 깃드는 시대는 이미 엊저녁에 지나지 않았나.
12. 내가 사는 빌라에서 입주자를 구한다. 주인집에서 갑자기 문자가 날아와 놀랐다만 어쨌든 공실이 두 개 있단다. 요즘은 이런 형태를 '반전세'라고 하는 모양이다. 빌라는 총 4층이고 각 층마다 2~4세대가 산다. 필로티 구조에 주차 공간이 하나 정도 남아 있을 거다. 방 하나는 원룸(20/6000)이고 하나는 투룸(20/8000)이란다. 원룸은 아마 내 방과 구조가 같을 거다. 방이 크고 잘 빠졌다. 베란다도 있다. 화장실도 크다.(=작지 않다) 가구 등은 거의 풀옵션이다. 우리 집은 싱크대, 쿡탑, 냉장고, 신발장, 옷장, 소파, 책상, 세탁기, 에어컨 등이 있었다. 위치는 연희동 사러가 마트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신촌과 홍대 등이 가깝다.
단점은 방음에 취약하다. 언덕이다. (연희동이라) 지하철역까지 버스를 타야 한다.
13. 이까지 하고 또 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