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09 벚꽃 피고, 비는 내리고

유기견 보호소에 등록된 아이. 관악구 러브펫종합동물병원에서 보호 중.

by OIM

- 4월이 왔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봄 소리가 겨울을 깼다. 투둑투둑 빗소리마저 잎을 타고 내린다. 피어난 녹음이 비에 보탠 소리는 퍽이나 아름답다. 한껏 찌푸린 대기가 씻겨가는 소리인양 창밖을 바라본다. 내 키보다 큰 창 너머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뿌연 시야는 어쩐지 맑아진 듯하다. 다만 우중충한 분위기는 어찌할 수 없다. 봄은 봄이로되 이렇게 어두운 이유는 비단 날씨 문제만이 아닐 게다.



KakaoTalk_20180409_122218110.jpg 출근길 까먹으려던 달걀을 회사까지 가져가게 되자 껍질이 만신창이다.


- 계절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지난 금요일이다. 늦은 시간 운동을 마쳤다. 새벽 1시 반, 집으로 갈 채비를 마쳤다. 으레 그렇듯 종이가방에 운동화를 넣고 걸었다. 다른 손엔 외투가 들렸다. 갓 운동을 마친 육체는 한껏 열을 띤다. 슬리퍼를 끌며 오르막을 올랐다. 적당히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부딪혔다. 잠시. 공기보다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졌다. 비다. 걸음을 서둘러야겠다 싶어 하늘을 봤다. 비가 어째 느리다. 이상한 궤적을 그리며 낙하하는 그건 눈이 아닌가. 4월 초 어느 새벽에 맞이하는 눈이란 흡사 계절의 배신. 내리는 눈도, 걷는 시간도, 그때의 감정도 모두가 어색한 봄철 어느 순간.



- 운동에 박차를 가한다. 부위별 운동을 단순화했다. 반복하고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운동 부위가 아플 때까지 하고 또 한다. 그렇게 했더니 통증이 오래간다. 반면 운동효과는 예전보다 확실히 드러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체중이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가장 최근 쟀을 땐 77kg까지 불었다. 먹는 량을 줄이고 보충제와 영양제 등을 섭취하는데 오히려 체중이 늘다니. 근육량 증가밖에 없다고 생각 중이다. 근육이 이토록 급속히 느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별개로 긍정회로를 마음껏 돌린다. 하지만 복근 운동으로 뱃살이 밀려 배가 더 나와 보이는 점은 어쩐지 회로에 과부하를 부른다.



- 몸이 비대해지자 옷이 다 안 맞는다. 등과 어깨 쪽이 특히 그렇다. 살짝 컸던 옷들의 소매가 짧아졌다. 어깻죽지는 종종 옷이 낀다. 사이즈 100마저 작은 느낌이다. 드디어 "키가 그 정도면 105는 입어야 해요"라고 주야장천 말해오던 백화점 점원들의 조언이 힘을 받는다. 저 조언 덕에 평생 아빠 옷처럼 헐렁이는 옷만을 입어오다가 비로소 구매력이 생기자 사실이 된다. 나이키 아웃렛에서 산 XL 맨투맨 티가 의외로 헐렁하지 않은 게 방증.



- 운동하면서 다시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근 회복을 돕는다는 마그네슘, 아연 보충제(=ZMA)와 카베진 등이다. 그간 ZMA와 카베진을 자정쯤에 한 알씩 먹고 잤다. 효과도 모르면서 그냥 먹었다.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문득 '이게 맞나' 싶었다. 찾아보니 ZMA는 (남성 기준) 하루 3알씩 1회, 카베진은 2알씩 2회 복용이다. 의심 없이 먹었으면 다 먹을 때까지 약 낭비할 뻔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복용량에 맞게 먹는데, 플라시보인지 모르겠지만 숙면을 취하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계속 졸음이 오는 것이 ZMA효과인가 의심스럽다. 카베진은 다시 킵해두고 밀크시슬 간 회복제를 꺼냈다. 오늘부턴 이 두 가지를 먹어볼 셈이다. 다만 두 종류 모두 알맹이가 커서 목구멍에 걸리는 느낌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 어제는 하루 종일 잤다. 급체한 듯 두통이 심했다. 이게 큰 알약을 먹어서 걸린 탓인지 라면에 어묵을 넣어먹은 탓인지 모르겠다. 고통스러웠고 졸렸다. 자정쯤 잠에서 깨 콜라를 사 왔다. 마셨더니 트림이 나왔다. 금세 괜찮아질 거란 예상과 달리 한동안 두통이 지속됐다. 두통을 떨치고 자려고 잠자리에 늦게 들었다. 그 결과 두통에 필적하는 졸음이 지금 쏟아진다. 일해야 하는데.



- 근래 하던 폰 게임을 지웠다. 나름 무과금으로 선전하던 게임이다. 그래서 지울 때 살짝 망설였다. 아깝다기보다 지울 이유에 대해 한 번 의심해봤다. 이유는 단순하다. 게임이 내 생활 일부를 통제하는 느낌을 받았다. 주기적으로 폰을 본다든가, 게임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등이다. 어느 순간 그 느낌이 불쾌하게 다가왔다. 들고 다니는 책을 그렇게 봤으면 계획했던 대로 지난주 한 권을 다 뗐을 텐데. 할 일 안 하고 게임에 소일거리 하는 모습이 어쩐지 못마땅했다. 지금 내 폰은 게임 청정지역이다.



KakaoTalk_20180409_122220080.jpg 아주 낯익은 풍경. 하지만 이젠...


- 구명정을 띄웠다. 아니, 확실히 올라탄 게 아니니 구명조끼를 입은 정도가 적확하다. 최근 이 바닥의 오랜 선배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비전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둘 다 있으면 좋지만 하나만 있어도 괜찮아" 거의 반 이직 권유인 셈이다. 그런 말을 들은 찰나 직장의 모순점 몇 가지가 부각된다. 이 직장을 알아볼 때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의 배경이 드러났다. 개별 사안은 어쩌면 하나의 요소로 연결되는 듯하지만 그것이 해결될 여지는 희박하다. 천천히 상황을 관망했더니 대충 사이즈가 보인다. 선배식으로 풀이하면 이렇다. '비전은 없지만 급여가 최악 수준은 아니다' 1부터 4까지 위기도를 매긴다면 대충 3 정도 될까. 4가 '제일 위급'이다. 이래서 대기업이나 공무원 준비하나 싶기도 하다. 글 안 쓸 거면 차라리 그쪽이 무난해 보인다.



- 시사인 구독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다. 전화한 분 말마따나 거의 몇 개월 만이다. 몇 번 전화를 피했더니 간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어쨌든 꺼리는 관계는 아니기에 살갑게 응대했다. 시사인이 어렵단다. 지난해 여름 기준 ABC매거진 구독 집계를 봤을 때 유가부수가 4만여 부 이상이던 이곳이 최근 들어 3만 부대로 떨어졌단다. 보지 않으면 다른 곳에 후원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구독 권유 전화가 거의 후원 요청 수준이다. 하지만 거절했다. 최근 씨네21을 보려다가 망설이고 있는 나로선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좋은 언론'에 대한 신뢰도 어느 순간 떨어졌다. 일종의 브랜드처럼 작용하는 주진우 기자야 그렇다 하더라도 소속 기자가 벌인 독자와의 대립각은 불필요했다. 그러한 이유로 구독자가 많이 빠져나갔다고도 하지만 마땅한 타개책 없이는 회복이 어려울 듯하다. 나부터도 선뜻 정이 안 간다. 그렇다고 또 시사인의 콘텐츠가 유일무이하여 유료로 구독할 수밖에 없는 수준인가 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 주간지가 갖는 경쟁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여러모로 그들에게도, 이 바닥에 있는 이들에게도 어려운 환경이다.



- 사람은 여러 순간에 자신의 단면을 본다. 상대를 통해서, 상황을 통해서, 심지어 기분을 통해서 자신을 들여다본다. 일상의 작은 고찰인 셈인데, 의도치 않은 순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연성에 기반한다. 심지어 필연적으로 자신을 성찰해보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이 우연한 순간은 얼마나 소중한가 싶지만 막상 찰나의 기분으로 흘려버리기 일쑤다. 시간이 지나 생각을 곱씹게 됐을 때 비로소 종합적인 사고를 해보기도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한 가지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에 대한 행동 수칙 같은 거다. 왜 그런 거 있잖나. "하면 좋은데 안 해도 상관없다"는 소리를 듣는 그런 일. 이럴 때 나는 좋은 쪽을 따르기로 했다. 즉 해서 좋을 일은 그냥 하자는 단순한 법칙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30대의 발버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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