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절임반찬
날씨가 슬슬 더워질 때면 아침은 요거트나 계란, 간단한 채소 요리를, 저녁도 대부분 메인 요리 한 가지를 만들어 먹는다. 애써 반찬을 만들어 쟁여놓은들 금세 쉬어버려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릴 때가 많았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또 아예 안 만들어 놓자니 반찬 두세 가지 꺼내 간단히 밥 한 끼하고 싶을 때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여름이 오면 이런저런 반찬 대신에 절임 반찬 두세 가지를 늘 만들어 두게 되었다. 절인 음식은 미생물 증식이 어려워 저장성이 높기도 하지만 만들기도 간단. 조미료마저 가볍다. 소금과 설탕, 식초, 간장 정도면 충분. 모두 다 냄비에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레시피마저 심플 그 자체다. 무엇보다도 단 하나의 레시피를 익혀 두고서 다양한 채소에 적용하기만 하면 되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오이를 한 가지로 예를 들어 보겠다.
먼저 소금 절임. 오이를 취향껏 썬 후 맛소금에 절여두면 된다. (소금의 양을 오이 무게의 2% 정도가 적당하다) 누름돌이 있다면 눌러두는 게 좋다. 즙이 나와서 오이가 푹 담가지게 되면 더 오래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참기름과 깨 뿌려 가벼운 찬으로 먹어도 좋고, 다른 요리에 활용하기도 좋다.
식초 절임은 말 그대로 채소를 식초에 절이는 것이다. 이 역시 채소를 소금에 살짝 절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절임물을 만든다. 피클과 다르게 밥반찬용이니 물양을 넉넉하게 잡고 설탕을 줄이는 게 좋다. 내 경우 3:2:1 정도로 잡는다. 물 300ml에 식초 200ml, 설탕 100ml 이내로. 여기에 다시마 두 어 장 더하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절임물 팔팔 끓여 채소에 부으면 완성.
마지막으로 간장 절임. 식초 절임과 만드는 법이 똑같다. 거기에 간장만 더할 뿐. 간장의 양은 식초와 동일하게 한다. 씁쓸한 맛이 나는 나물에 가장 잘 어울린다. 보다시피 절임 반찬은 별다른 요령이랄 게 없다. 그저 신선한 채소를 가볍게 절이면 그만. 맛의 중심인 채소의 변주만으로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좀처럼 질리지도 않는다. 불 앞에 오래 있기 버거운 계절이 오면 늘 절임 반찬 두세 가지를 만든다. 냉장고 열 때마다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