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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Feb 17. 2022

캐나다 긴급 조치, 자유와 공익 사이

Life in Canada

봄기운이 만연해 집 안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자전거를 끌고 나만의 아지트로 갔다. 따뜻한 햇살과 적당한 바람이 내 몸을 휘감으며 기분을 상쇄시켜줬다. 자전거 페달을 달리다 도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캐나다 국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과 그 주변으로 트럭들이 몇 대 보였다. 처음엔 오늘이 캐나다 국경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를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코로나 관련 규제에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작년 12월 15일 새로운 코로나 관련 규제가 발표됐다. 미국과 캐나다 육로 입국자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필수 업종으로 백신 접종 관련 방역 수칙에 대해 면제를 해줬던 트럭 운전사들에게도 확대 적용했다. 다시 말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트럭 운전사들은 국경을 넘나들 때마다 2주간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규제 발표로 인해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에서 트뤼도 총리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코로나 백신 의무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다. 반대 시위 트럭들은 미국으로 통하는 국경을 지난 1월 29일부터 봉쇄했다. 시민들은 일제히 반대를 하는 구호를 불렀고 동시에 트럭들은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자유 호송대 트럭 시위는 캐나다 각 대도시로 퍼졌고, 토론토와 밴쿠버에서도 진행이 됐으며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유럽 오세아니아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8일 동안 3억 달러(약 3591억 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고 전했다.


2월 15일 신문 1면


편의점에 라디오가 하나 있다. 지난달부터 백신 접종 의무화 반대 시위에 관한 뉴스가 지금까지 나오고 있고, 트럭 경적 소리도 같이 들리고 있다. 어느 손님은 트뤼도 총리의 백신 접종 의무화 인터뷰를 듣더니 Fxxx you라고 연신 내뱉으며 이건 다 개소리라고 말했다. 단골손님이었던 그는 백신 때문에 죽은 12세 이하 아이들이 27명이나 된다고 나에게 말했다. 아이 둘을 가지고 있는 본인으로써는 이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자신도 현재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백신은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걸 강제로 의무화시키면 우리 선조들이 쌓았던 자유가 무너지게 된다고 했다. 백신을 맞지 않아 몇 달 동안 식당도 가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가끔 인종차별적인 느낌도 받는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백신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며 이것은 개인의 선택 이어여 한다고 연신 말했다. 또 다른 단골손님은 자기 아이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 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신의 안정성과 코로나 감염이 그 이유였다.


이런 부분이 참 어렵다. 공익을 위한 정부의 관여와 개인의 자유 사이의 균형이 맞혀져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가 않다. 침해되는 자유와 얻을 수 있는 공익을 비교해봤을 때 정부는 어느 것이 옳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최근 2~3년간 대부분 나라들은 침해되는 자유 대비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일반 시민들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믿었던 백신마저 돌파 감염을 일으키고, 부작용으로는 건강했던 사람이 사망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제는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는 침해되는 자유와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거리에 나오기 시작했다. 


자유 호송대 시위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트럭 경적 소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유를 외치는 모습은 모순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휘슬러-스쿼미시 지역 신문에서 자유 호송대 지지에 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28%~35%만 자유 호송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선거에서 자유당 지지율과 비슷하다고 지역 신문은 말했다.  


결국 몇몇 시위대가 선을 넘는 행위를 했다. 경찰 살해까지 모의한 시위 참가자 4명이 기소됐다. 시위대와 관련된 트레일러를 3대를 수색한 결과 13 정의 장총과 권총, 마체타(날이 크고 긴 칼), 방탄복, 탄창 등 다수의 무기가 발견되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결국 캐나다 총리는 긴급 조치 카드를 꺼냈다. 캐나다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해졌다. 긴급 조치에 따라 앞으로 경찰 공권력이 더욱 강화되고, 공공 집회를 강제 해산할 수 있으며 법원 판결 없이도 시위자들의 계좌를 동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시위에 참여된 트럭들을 강제 견인할 수 있으며 운전자의 면허와 보험을 강제 취소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15일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봉쇄했던 트럭들이 모두 시위 현장을 떠났다. 백신 반대 시위를 막지 못한 캐나다 오타와 경찰청장은 경질되었다. 봉쇄가 정말 해제되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위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평화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었나라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시위가 한창 중인 이틀 전 캐나다 내 앨버타주와 온타리오주는 오는 3월부터 백신 접종 증명 요건을 없애고, 상점의 수용 인원 제한을 철폐한다고 밝혔다. 온타리오주는 다만 업체들이 희망할 경우 백신 여권을 계속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사업장에게 자율을 주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지금은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울 때라고 말하며 각종의 규제들을 풀고 있다. 정부는 캐나다에 입국하는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던 PCR 음성 확인서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확실한 건 더 이상 규제들로 인해 생기는 공익보다는 침해되는 자유에 대한 피해가 더 크다는 쪽으로 분위기는 바뀌는 것 같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더 이상 인간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몇십 년 전 출판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마지막 문단으로 마무리하겠다. 


시내에서 올라오는 경쾌한 환호성을 들으면서 리외는 그러한 기쁨이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기쁨에 들떠 있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사실, 즉 페스트 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몇십 년 간 가구나 속옷들 사이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헌 종이 같은 것들 틈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알려주기 위해서 또다시 쥐들을 흔들어 깨워 가지고 어떤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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