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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05. 2021

캐나다 호텔 자가격리

Life in Canada

입국했을 당시 호텔 격리 3일을 필수적으로 해야 했다. 정부가 지정한 호텔이어야만 했다. 호텔 격리에 대한 비용은 입국하는 사람이 지불해야 한다. 다양한 호텔들이 있었는데, 그만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최소 900불부터, 최대 2000불까지. 너무 아까운 돈이었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었다.     


당연히 돈의 차이가 있는 만큼 방 상태나 서비스 질이 다르다는 후기를 봤다. 충격적인 것은 가장 싼 호텔을 예약해서 묵었던 어느 한인은 배드 버그가 발견되었다는 후기를 남긴 블로그를 본 적이 있었다. 가격이 저렴해도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배드 버그만 없으면 묵어도 된다는 마인드로 격리 호텔을 알아봤다. 가격도 싸고, 배드 버그 관련 후기가 없는 호텔이 있었다. 에버콘 에어포트 호텔이었다. 3일 900불 게다가 침대도 두 개였다. 혼자 쓰긴 하지만, 넓게 쓸 수 있음에 바로 예약했다. (아직까지는 호텔 격리가 유지되고 있지만, 캐나다 정부는 곧 완화된 격리 규정을 발표했다.)     



눈을 떴다. 15시간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7시간 만에 눈이 떠졌다. 아침 6시. 마지막으로 본 시간이 밤 11시 즈음이었다. 더 자고 싶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한국과 밴쿠버의 시차는 16시간. 그 차이만큼 나는 적응을 해야 했다.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핸드폰을 하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잘 도착했다고. 적막하고 어두운 방 안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뭐지?’      


똑 똑 똑.     


‘격리 중이라 사람 접촉하면 안 되는데...’     


문 앞에서 “Hello?”를 외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시차 적응 때문에 내가 헛소리를 들은 건가? 아직 꿈인가?’ 뺨을 때렸다. 힘 조절 실패로 턱이 돌아갔다. 아팠다. 현실이었다. 사람은 꼭 한 대 맞아야 현실을 인지한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마스크를 끼고 문을 열었다. 문 앞엔 작은 간이 테이블과 종이 가방으로 포장된 음식들이 있었다. 알고 보니 조식을 제공해준 것이다.     


호텔들이 가격이 비싼 이유가 삼시 세끼 이렇게 문 앞으로 제공해준다. 내가 묵었던 호텔은 음식을 선택할 수 없었지만, 비싼 호텔 같은 경우 음식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종이 가방을 열어봤다. 사과 하나와 빵 2개 오렌지 주스와 물 한 병. 아침을 먹지 않는 나에게 충분했다. 사과와 빵 하나를 먹고 오렌지 주스를 비웠다. 초코빵이 유난히 맛있었다. 아침을 주로 먹진 않지만, 맛있었다.     


내가 들어가야 할 집에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침대부터 테이블, 의자, 식기 도구, 심지어 인터넷까지. 내가 다 사야 했고, 다시 이 집을 나갈 때 가지고 나가야 한다. 기본적인 가구나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는 집들도 있지만 없는 집도 많은 캐나다 월세 문화다. 문제는 먹을 것도 먹을 거지만, 내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인터넷이었다. 와이파이가 없는 집에서 남은 11일 격리는 나에게 감옥과도 같았다. 다행히 워킹홀리데이 당시 같이 일을 했던 분들이 이불과 배게, 플라스틱 서랍과 조립식 신발장을 내게 주고 갔다. 나에게 이런 큰 도움을 준 테디, 클로이, 로빈, 한솔에게 너무 감사하다.      


부랴부랴 인터넷 설치를 알아봤다. 블로그, 각종 카페 등 알아보았다. 각 회사별로 어느 프로모션이 좋은지 비교했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아직 오전 11시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내가 보통 잠들었던 시간대였다. 사람 몸이란 게 참 신기하다. 여기서 자면 시차 적응 힘들어지는 것을 알았지만 참을 수 없었다.   

   

그대로 잠이 들고 눈을 떴다. 오후 4시였다. 시차 적응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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