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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03. 2021

이미그레이션 직원 표정이 이상하다?

Life in Canada

이미그레이션 직원이 나를 불렀다. 다른 직원까지 와서 내 서류와 컴퓨터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나를 쳐다봤다. 특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무장까지 하고 있는 이미그레이션 직원의 모습은 나의 심장박동수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무언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나에게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캐나다 내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 

이메일

집주소     

다행히 모두 준비를 해간 상태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불러주었다. 또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바이오매트릭스 기계가 고장이 났다. 당신은 바이오매트릭스 자료가 없기 때문에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 죄송하지만 2주 자가격리 끝나고 다시 여기로 와서 바이오 매트릭스를 하시길 바란다. 이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표정은 하나도 안 죄송해 보였다. 왜 안 해왔냐.라는 표정이었다. 내가 예민해서 이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난 아직도 그들이 죄송한 마음은 갖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바이오매트릭스란 생체인식 정보로써 얼굴과 홍채 정보 그리고 지문을 캐나다 정부에 등록하는 절차이다.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절차인데, 내가 워킹홀리데이 했을 당시에는 이러한 절차가 필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 입국할 때 등록해야 했다.      


통과는 했지만 찝찝한 마음이었다. 캐나다 정부 일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여러 사례들을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한국분은 워킹홀리데이로 1년 비자를 받는다. 하지만 직원이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2년을 찍어준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나와 비슷한 제도로 영주권 준비 중인 대만인이 있었다. 그 대만인이 소유한 비자는 지정된 영업장에서만 일을 할 수 있는 비자였다. 하지만 투 잡으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불법이었다. 기록에 안 남기기 위해 급여를 캐시로 바로 받았다고 했다. 그 대만인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경 근처에서 랜덤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핸드폰 메신저에 투잡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을 보고 핸드폰을 압수해서 조사했다고 한다. 결국 투잡을 한 행위가 걸려 며칠 기한을 주고 캐나다를 나가라는 명령받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지 알기 때문에 나는 불안했다. 만약 2주 후에 공항으로 다시 왔는데, 이런 전달 사항을 못 받은 직원이 나를 대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과 다른 직원이 “비자도 없는데 당신 어떻게 2주 동안 여기 있었어! 당장 나가!”라고 말할까 무서웠다. 찝찝한 마음을 가진 채 이미그레이션 사무실을 나왔고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어느 백인이 나를 반겼는데, 그분이 내 여권을 보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곧바로 그는 옆에 있는 의사를 불렀다. 한국분이셨다. 그래서 그쪽으로 가길 원하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다. 바로 한국분 의사한테 갔다. 먼 이국땅에서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한국 사람을 보니 반가웠다.      


몇 가지 기본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도와주고 코로나 검사를 마쳤다. 그 후 몇 마디를 나눴다. 위의 상황을 이야기하니 “운이 없으셨네요. 2주 격리 끝나고 공항 인포로 오시면 잘 설명해주실 거니 걱정 마시고 오늘은  푹 쉬세요.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어요.”라는 말을 하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긴장을 한 채 걸음을 재촉하던 이방인의 가슴에 온기가 피어올랐다. 이름 모를 한국인 의사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28시간 만에 밴쿠버에 도착했다. 당시 캐나다는 3일간 정부가 지정한 호텔 자가격리가 의무였다. 예약한 호텔 이름을 공항 직원에게 말하니 공항 직원은 호텔에 연락을 해줬다. 호텔까지 가는 셔틀을 불러주었다. 10분 정도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한쪽에 모여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그곳에 앉으시면 된다고 했다. 캐나다 유심칩으로 교체했다. 당분간 한국 유심칩은 가방 구석에 자리할 것이다. 가족에게는 잘 도착했다고 연락했고, 위의 상황은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다.     


쌓여있는 카톡을 차근차근 보고 답장을 하다 보니 셔틀이 도착했다. 그 셔틀을 타고 호텔로 향했고, 체크 인을 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담아두기 위해 물을 틀었다. 그리고 갈아입을 옷을 꺼내기 위해 짐을 살짝 풀었다. 욕조에 담긴 따뜻한 물에 들어가자 지난 28시간의 상황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되감겼다.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말해 매우 힘들었다.     


혼자서 침대 2개를 썼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었다. 이름 모를 생선이랑 날리는 쌀밥이 저녁으로 나왔다. 생선은 짜고 밥은 차가웠다. 한국에서 싸온 한국 음식을 꺼냈다. 공복 상태였는데, 입맛이 별로 없었다. 나에게 이런 날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그저 자고 싶었다. 조금 먹다 침대로 향했다. 휴대폰을 하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른 채 잠이 들었다.   


이렇게 이방인의 하루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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