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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01. 2021

코로나 시국에 캐나다 입국하기

Life in Canada

사업단 친구들이랑 재밌게 노는 도중 메일이 하나 와있었다. LMIA(Work Permit) 승인이 됐다는 메일이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승인이 나서 놀랐다고 하면서 축하한다는 말도 함께 적혀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당연히 기뻐야 하는데, 조금은 슬픈 느낌? 아리송한 감정을 처음 느꼈다. 하지만 이미 승인이 났고, 이제 서류 준비를 해야 한다. 가야 할 때가 썰물처럼 오고 있다. 천천히 오지만 막을 수는 없는.     


코로나 때문에 입국 절차가 복잡해졌다. 비자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은데 코로나 관련 서류도 같이 준비했어야 했다. 서류들은 이랬다.     


-미국 경유 캐나다 입국 비행기 티켓

-LMIA 승인서

-고용계약서

-경력증명서

-E-Medical (비자 신체검사)

-PCR 검사 (입국 기준 3일 이내 코로나 영문 검사서)

-ArrivCan (입국 후 코로나 증상 있는지 체크하는 어플)

-자가격리 호텔 예약 확인서 (입국하자마자 캐내다 정부에서 지정한 호텔에서 3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입국 시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체크아웃 후 자가집에서 나머지 11일 격리해야 함)     


이러한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었다. 여기다가 혹시 모를 이미그레이션에서 요청할 수 있으니 여행자 보험, 범죄경력 회보서, 가족관계 증명서, 최종학력 졸업증명서 등 모두 영문으로 준비했어야 했다. 사업단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하나씩 서류들을 준비했다. 만약을 대비해 나와 비슷하게 LMIA로 입국한 사람들의 후기들을 계속 보면서 만약을 대비했다.     


가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짐싸고 있는데...


이렇게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를 해도 깐깐한 비자 심사 직원을 만나면 피곤해진다. 서류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는데,      


전 직장에서는 무슨 일 했어?

캐나다 한 번 와봤는데 왜 또 오려고 하는 거야?

통장에 돈은 얼마나 있어?     


등등 여러 질문을 하는데 혹여나 이상한 대답을 하면 그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내가 가져온 짐들을 다 꺼내서 확인한다거나,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가져가 메일, 메신저, 메모 등을 확인하는 케이스들도 있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인 것은 입국 거절당해 다시 한국으로 와야 하는 상황. 만약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돈도 돈이지만, 다시 2주 격리를 해야 한다는 점. 꼬리에 꼬리를 물어 안 좋은 생각들이 이어달려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최악의 상황만 아니길 바라면서 준비를 했고, 긴장도 많이 했다.   

   

한국에서 비행기 표를 받는 것도 어려웠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 출국이 제한되면서 여러 질문들을 하셨다. 나에게 무슨 목적으로 가시는 거냐, 비자는 가지고 계시냐, 왜 미국을 경유해서 가시는 거냐 등 계속 물어봤다 서류들을 드리며 차근히 대답해 드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 표를 받았다. 한국어라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동생 차로 엄마와 함께 공항으로 갔다. 아빠는 일을 하러 가셨다. 일을 뺄 수는 있었지만 일부로 그러지 않으셨다. 훗날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캐나다로 내가 가는 모습을 보면 눈물을 흘릴 것 같다는 이유였다. 엄마와 단 둘이 있을 때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괜스레 코 끝이 시렸다.    


동생은 나와 엄마랑 인천 공항에 떨궈주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엄마와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조심하고 잘 지내라는 엄마의 말이 이어졌다. 나도 엄마도 운동 꾸준히 하시고 건강히 잘 지내라고 말을 하며 포옹을 했다. 그리고 나는 비행기 타러 공항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언제나 안녕은 입으로 말하지만 행동하는 것은 등이다. 


비행기를 탔다. 앞서 말한 인터뷰가 걱정되기도 돼서 그런지 긴장이 많이 됐다. 한 시간 정도 잠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살짝 눈을 붙이고 뜨니 기내식이 나왔다. 기내식을 먹고 잠을 자려했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영화를 내리 4편을 봤고, 음악을 좀 들으니 미국, 시애틀에 도착했다.      



미국을 경유했다. 미국은 경유를 해도 입국 심사를 받았어야 했는데 중국계열로 보이는 미국인이 내 담당관이었다. 시종일관 인상을 쓰고, 한숨을 쉬면서 나를 대했다. 내가 조금만이라도 못 알아들으면 한숨을 셨고, 위에 말한 질문들도 계속했다. 긴장이 많이 났지만, 다행히 통과했다.     


미국에서 경유하는 9시간 동안 졸리기도 했지만, 혹시 모를 소매치기 때문에 잠도 못 잤다. 계속 돌아다녔고 음악을 들었으며 유튜브를 봤다. 그러다 시간이 되었고, 캐나다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살짝 긴장이 느슨해졌는지 졸음이 몰아쳤다. 1시간 되는 거리였지만 정신없이 잔 것 같다.    

  

캐나다 입국 심사는 비교적 쉽게 통과되었다. 서류들을 보여주고 설치한 어플을 보여주니 통과됐다. 이제 비자를 받기 위한 이미그레이션 심사만이 남았다. 이 단계를 위한 모든 준비를 했다. 심지어 꿈에서도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는 긴장이 돼서 잠도 못 잤다. 워킹홀리데이 때 비자받은 곳이 지금은 폐쇄되었고,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그 공간을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는데...)      


밤 9시, 코로나와 늦은 시간 때문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그레이션 사무실에서 비자 심사를 받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직원에게 서류뭉치들을 주면서 LMIA 비자받으러 왔다고 했다. 저기 의자에 잠시 앉으라고 했다. 한참을 서류를 보고 무언가를 적었다. 내 서류를 보던 직원이 또 다른 직원을 불렀다. 둘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이 안 좋을수록 내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쪽을 보더니 나를 불렀다.

     

비자 심사관 : Sir, Come here please. 

                       We have problem.

 

 ㅇ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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