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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Sep 15. 2021

캐나다 1인 가구의 삶

Life in Canada

항상 누군가와 같이 살아왔다. 어렸을 땐 엄마, 아빠, 할머니, 동생까지 다섯 식 구로 살았다. 방 3개짜리 집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내 방이 없었다. 할머니 방 하나, 다른 방은 엄마, 아빠 마지막 방은 여동생이 썼다. 나는 여동생이 집에 없는 날에는 동생 방을 썼고, 있으면 할머니와 주로 방을 썼다. 대학교 다녔을 때도 방값을 아끼기 위해 4명이서 자취를 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했을 때도 룸메들이랑 같이 살았었다. 항상 사람들이 옆에 있었지만 나만의 공간은 없었다.


이제 내 공간이 생겼다. 영주권을 준비하는 동안 머무는 집은 나 혼자 쓴다. 몇 평인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혼자 쓰기 딱 좋은 방이다. 예상으로 10평 남짓.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음에 벅찼다. 밥 먹고 싶을 때 먹어도 되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도 되는 상황이 내겐 처음이었다. 오후의 나른함 속에 느긋하게 커피를 마셔도 되고, 밤늦게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셔도, 새벽에 일어나 시끄럽게 타자기를 두드려도 잔소리하는 사람 한 명 없다.


캐나다에서 혼자 사는 것은 조금 버거운 점도 있다. 음식을 주로 해 먹어야 한다. 배달 음식이 한국처럼 되어 있지 않다. 또 식당에서 사 먹기에는 가격이 비싸다. 한국은 7000원짜리 국밥 한 그릇하고 들어오면 되지만 캐나다는 아니다. 어느 음식이든 기본 $12에 Tax와 팁까지 주면 2만 원이 넘는다. 경제적인 여유가 아직 확립이 되기 전에 이런 식사를 자주 하는 것은 옳지 않기에 자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 실력이 늘고 있다. 백 선생님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하고 있다. 볶음밥, 토스트, 연어,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하게 먹고 있다. 식당에서 사 먹는 가격이 비싼 대신, 마트에서의 식자재값은 착하다. 연어도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을 팔고 있고, 소고기 가격도 싸게 팔아 부담스럽지 않다. 소고기 1kg에 싼 부위는 2만 원 정도 한다. 싸다고 해서 퀄리티가 낮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은 먹는다. 귀찮은 날에는 대충 라면을 끓여먹거나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 먹는다. 


진정한 1인 가구의 식사


퇴근 후 영화를 보면서 마시는 맥주는 혼자만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거기다 밖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그때의 감정들은 비루한 삶에 진정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그 감정들을 가끔 글로 남기곤 한다. 그러나 그 글들은 브런치에 올릴 수 없다. 다음 날이 되어 해가 뜬 후 다시 보면 오그라드는 글들이 춤추고 있어 지우기 바쁘다. 하지만 그렇게 불쑥 찾아오는 감성들이 나쁘지 않다. 


어쩌면 이런 시간이 내게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항상 누군가와 같이 있었다.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것은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우린 결국 혼자만 살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인생에서 이런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라는 존재와 가장 오래 있으면서 알아가야 하는 사색의 시간. 내겐 그런 시간이 부족했다. 




그 시간에 몸을 내 더진 상황이다. 


이십 대 끝자락, 낯선 나라, 1인 가구의 삶. 


아직까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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