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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Sep 28. 2021

그리움이 묻어 있는 산 2

Life in Canada

다 같이 모여 점심을 먹었다. 옹기종기 모여 각자 싸온 도시락을 열었다. 거창한 음식은 아니더라도 소박한 정이 깃든 음식들을 싸왔다. 맛있게 먹고 난 후 뒤처리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왔다. 자연에 남기는 흔적은 발자국만으로 충분하니까. 우린 쓰레기 하나 없이 치우고 난 후 다음 코스로 넘어갔다. 


우린 블랙콤 산 뒷 쪽으로 넘어갔다. 여러 갈래길이 나와 있었었다. 그때부터는 티나 님이 선두 대장으로 나섰다. 하지만 길이 많다 보니 티나 님도 헷갈리신 듯했다. 갈림길마다 표지판이 있었고 그 표지판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처음 가는 길로 가다 아닌 듯하고 다시 돌아왔다. 모든 일이 그렇듯 가봐야 안다. 우린 최소한 그곳은 우리의 목적지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다른 길로 나섰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구간에 우린 서서히 지쳐갔다. 생각보다 긴 산행에 나도 조금씩 지쳐갔다. 하지만 주위에 각양각색으로 변신한 꽃들이 있었다. 큰 꽃과 작은 꽃이 적절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힘든 산행에 그나마 힘이 되는 꽃들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목적지. 산 중턱에 호수가 있었다. 그 앞으로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있었다. 7월의 눈을 처음 보았다. 가만히 있으니 바람이 불어왔다. 마른바람이지만 꽤 선선한 바람. 가만히 앉아 쉬고 있으니 평온이 찾아왔다. 맑고 조용하며 차분했다. 이 자연 앞에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산 중턱에 있는 작은 호수


다시 랑데부로 돌아갔다. 


랑데부에서 우린 반대편 산으로 이동했다. 휘슬러에는 크게 2개의 산이 있다. 블랙콤 산과 휘슬러 산. 그 두 개의 산을 이어 곤돌라가 설치되어있다. 이름은 PEAK 2 PEAK. 세계에서 가장 큰 곤돌라이며 날씨가 좋을 때만 운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운이 좋게 맑은 날에 산행을 한 우리는 그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었다. 곤돌라로 이동하면서 밑에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빽빽하게 모여있는 나무들. 겨울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블랙콤 산에서 휘슬러 산으로 이동했다. 약 15분 정도 걸렸다. 내리자마자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거기에 또 하나의 곤돌라가 있었다. 그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니 휘슬러 산 정상이었다. 내리자마자 펼쳐진 풍경들. 비현실적이었다. 약간의 허탈함이 느껴질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풍경들을 보고 그저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


계속 바라보았다. 자리를 이동하면서 시선을 달리했다. 산은 위치별로 다른 느낌을 내게 주었다. 이 산을 보면서 부모님 생각이 났다. 곁에 없으니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언젠가 부모님을 모시고 이곳에 와야겠다는 다짐 했다. 이렇게 버킷 리스트가 하나 추가되었다.


어깨동무하듯 모여있는 휘슬러 산들


하산은 편하게 곤돌라로 지상까지 이동했다. 곤돌라로 내려가는 시간만 30분은 걸린 것 같다. 내려가면서 올라 온 산들을 복기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곳이 계속 걸으니 도착했던 산.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음에 감사했다. 노을 속으로 나는 새들이 보인다. 그래도 인생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우연들이 빚은 운명 같은 곳. 


블랙콤 마운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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