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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Oct 16. 2021

1인 가구, 생존형 미니멀 라이프

Life in Canada

나의 캐나다 1인 가구 생활은 미니멀 라이프다. 어쩌면 미니멀 라이프가 된다는 말도 소위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단어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가난한 사람들은 조금씩 부족하니깐. 한정되어 있는 단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을 줄이는 삶을 미니멀 라이프라고 부르고 있는 현재, 가지고 있지 않는 삶을 미니멀 라이프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이제 생존형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존형 미니멀 라이프. 돈이 없는 낯선 이방인의 삶은 그럴 수밖에 없는 단어다. 아무것도 없는 원룸에 들어왔다. 그래서 집에는 필요한 것들만 두었다. 플라스틱 수납형 서랍, 주방 도구 몇 개들과 접시 2개, 밥, 국그릇 하나씩 그리고 맥주잔, 커피잔 하나씩과 수저 한 세트. 딱 1인 가구에 맞혀져 있다. 이렇게만 있어도 나에게 충분했다. 그 이상은 사치이고 방치되니까 굳이 필요 없다.


가구들도 그랬다.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 플라스틱 수납장 하나와 건조대 하나. 그리고 매트리스 하나와 이불 그리고 베개 하나씩. 딱 혼자 쓰기 좋게 세팅이 되어있다. 부족하지도, 더 필요한 것도 없는 상태이다. 자취 5개월 차 크게 불편한 거 없이 살고 있다.


식재료들은 처음에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마트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대량으로 내놓는 재료들은 싸고, 소량으로 내놓는 그러니깐 1인 가구들을 위한 재료들은 가격이 비쌌다. 조금은 억울했다. 양이 적을수록 싸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수는 어쩔 수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자발적 단순함이 아닌 어쩔 수 없는 가벼움에 대한 값이었다.


특히 당근 같은 재료들이 애매했다. 하나씩 사도, 당근 크기가 커 한 번에 먹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당근이 필요한 요리들만 먹을 수는 없었다.(사실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이 없는 것도 있다.) 그러다 방치되어 있는 재료들이 상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버리자니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륵 같은 재료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삶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먹고 싶은 것과 먹기 싫은 것. 하기 싫은 것과 하고픈 것의 경계가 확연해졌다. 나에게 집중하고 선택할 수 있다. 어쩌면 그 편안함을 위해 혼자 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들은 나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주었다. 좋은 것이든 아니든.


남들 눈치만 보고, 어쩔 수 없이 떠밀려하게 되던 선택들이 많았던 지난 삶 속에서 했던 선택들. 아직 오지도 않을 내일을 위한 선택들이었다. 그 선택들을 보고 '내가 원해서 했던 것들이야!'라고 당당히 말하기 힘들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삶에서 조금은 벗어 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마음에 든다. 


최소한으로 가지고 있는 생존형 미니멀 라이프의 삶이지만, 내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다.


복잡한 것보다 심플한 것을 택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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