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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Aug 26. 2021

악몽 같던 모더나 백신 2차 후기

Life in Canada

백신 2차 접종을 위해 집을 나섰다. 가을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하늘과 바람을 맞으며 접종센터로 향했다. 위치는 자전거로 10분 거리였다. 컨디션도 좋아 이대로 자전거를 쭉 타고 싶었다. 3시 45분으로 예약했다. 도착한 시간은 3시 30분이었고, 문 앞에 계신 안내원에게 예약 확인을 부탁했다. 안내원은 내가 가져온 마스크 말고 준비한 마스크를 바꿔 착용하라고 했다. 여러 가지 안내사항을 내게 알려주고 안으로 들여보내줬다. 

    

1차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접종 센터였다. 대기한 후 접종을 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을 배정받았다. 살짝 긴장되었다. 내게 신분증과 백신 접종 카드를 요구하셨다. 지갑을 꺼내 요구하신 것들을 꺼내드리려는 찰나 지갑 속 1달러 지폐를 보셨다. 1달러 지폐는 현재 생산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신 선생님은 내게      


“어디서 1달러 지폐 났어?”

“나도 없는 거야.”

“무슨 일 해?”     


라는 질문들을 하셨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질문들인 것 같았다. 찬찬히 대답했다. 의자에 기대 편히 앉아 있었다. 주삿바늘이 들어간 줄도 몰랐던 1차와 다르게 2차는 꽤 아팠다. 이게 복선이었을까? 살짝 움찔하니 끝났다고 나를 달래주셨다. 움찔하면 다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국룰인가 보다. 조그마한 밴드를 붙여주시고는 다음 장소로 안내해주셨다.     




1차와 같이 15분간 의자에 앉아 대기 후 집으로 갔다. 큰 이상이 없었고 시간이 되어 집으로 갔다. 저녁거리를 사들고 집에 도착했다. 긴장해서 그런 걸까? 집에 도착하니 솔솔 잠이 왔다.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팔이 뻐근했고 주사 맞은 부위는 딱딱해지면서 고통이 있었다. 1차와 비슷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잠을 자려고 하니 조금씩 열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지만, 그때 약을 먹었어야 했다. 그날 새벽, 열이 오르면서 오한도 함께 왔다.     


너무 추워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깼다.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열 때문에 잠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몽롱한 상태로 열어놨던 창문들을 닫고 타이레놀도 한 알 먹었다. 너무 추워 처음으로 8월에 전기장판을 켰다.      


눈을 감고 오한이 오는 느낌은 마치 몸에 큰 구멍이 생겨 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 구멍을 기점으로 추위가 몸으로 퍼지는 기분이었다. 두통도 함께 찾아와 힘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어있었다. 2시간 정도 잔 것 같다. 아직도 오한과 열을 떨쳐내지 못했다. 일어나자마자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앞집이 공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쾅 쾅 위이이잉 부시고,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잠귀가 어둡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쿵 쿵 할 때마다 내 몸도 같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고통스러웠다. 출근하는 날이지만 도저히 일을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장님께 몸이 아파 일을 못 할 것 같다고 연락드렸더니,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다. 감사했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아픈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백신을 이렇게까지 맞아야 하나 싶었고, 혹시 소수의 백신 부작용이 나에게도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몸이 아프니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 가득했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는 다르게 하늘은 파랗고 맑았다.       


열이 조금 내려가자 배가 고팠다.      




이상할 정도로 라면이 끌렸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면 조금 풀릴 것 같은 느낌. 라면을 생각하니 군침이 돌았다. 집에 있는 삼양라면 하나와 밥을 말아먹으니 열이 조금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땀이 나면서 살짝 개운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고, 땀이 식자 다시 열이 올랐다. 이번엔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앞에 공사 소음이 멈췄다. 조용했다. 조용하니 잠이 왔고, 3시간 정도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열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 시간차를 두고 타이레놀을 먹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지만 혼자 사니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밀려있던 빨래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건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탁기를 돌렸다. 서글픔이 먼바다에서 밀려 들어오는 파도처럼 갑작스럽게 휘몰아쳤다.      


이런 마음을 머금고, 꾸역꾸역 빨래를 돌리고 널었다. 몸이 무거워 힘들었지만 할 수 없었다. 평소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지금 상황에선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었다. 희미하게 가을 냄새를 지닌 바람이 불어온다. 그저 누워있어야만 했다.     


거리에 어둠이 깔리고 달은 차올랐다. 열이 다시 오르길래 타이레놀을 먹고 잠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블라인드 사이로 햇빛이 조금씩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멀쩡해졌다. 개운했다. 너무 누워있어서 그런지 멍한 느낌은 있었지만, 이틀간 괴롭히던 두통, 열, 오한 등이 사라졌다. 구멍 같은 느낌도 사라졌다. 하루아침 사이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신기할 정도로 하루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삶이 다시금 내게 찾아온 느낌이었다.      


1차와 다르게 2차는 고통이 심했다. 다들 2차 접종하시기 전에 타이레놀과 같은 약을 구비해놓으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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