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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Nov 12. 2021

11월 11일, 캐나다의 현충일

Life in Canada

캐나다의 11월 11일은 Remembrance Day. 그러니까 캐나다의 현충일 같은 날이다. 11월 11일이면 빼빼로 데이로 즐기던 나에게 캐나다 11월 11일은 다른 색을 지닌 날이 되었다. 캐나다의 11월은 전쟁 추모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1월부터 마트, 식당, 거리 등 다양한 행사를 한다. 현재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서도 양귀비를 판매하고 값으로 받은 돈을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와 같이 영연방 국가들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이 식민 지배를 했던 국가들에서도 이 기간을 갖는다. 이것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 유니폼에 붉은 양귀비가 부착되어 있는 이유다.


캐나다에서는 11월 11일 오전 11시 2분 묵념 행사를 갖는다. 이유는 오전 11시는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종전 시간이었다고 한다. 


2분 묵념은 영국의 조지 5세 왕으로부터 시작했다. 년도는 1919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3.1 운동이 벌어졌던 해. 요즘 Remembrance Day는 단지 1차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후에 벌어졌던 전쟁들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기리는 행사로 의미가 확장되어 진행이 된다고 한다. 


이 기간 사람들은 양귀비 핀을 가슴에 많이 꽂고 다닌다. 양귀비는 리멤버런스 데이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렇다면 왜 양귀비일까?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지역인 플랜더스에서는 많은 전쟁 희생자가 나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플란더스의 개 애니메이션의 배경인 곳이다. 넓은 초원과 평화로운 분위기가 그려진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그곳은 전쟁의 포탄과 독일군이 염소가스를 살포해 수많은 희생자와 사망자들이 나온 지역이다. 


이곳에 캐나다 육군 출신이자 군의관, 그리고 시인이었던 존 알랙산더 맥크리는 플랜더스에서 군생활을 했다. 어느 날, 맥크리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알렉시스 헬머라는 중위가 22살 어린 나이에 포탄을 맞고 전사를 하게 된다. 맥크리는 눈물을 삼킨 채 장례식을 치러주고 넓은 벌판을 허망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그 순간 수많은 양귀비 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고 그의 마음은 요동쳤다. 


그 상황을 본 맥크리는 '전사자의 피 같다.'라는 생각과 함께 시를 써 내려갔다고 한다. 시는 In Flanders Fields. 이 시는 바로 발표는 안 됐다고 한다. 그러다 1915년, 런던의 한 언론매체가 지면에 이 시를 실었고 그 이후 '플랜더스 들판에서'라는 시집이 출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시를 본 어느 교수가 정부에게 양귀비 핀을 가슴에 꽂고 다니자.라는 제안을 했다. 영국 정부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때부터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으로 붉은 포피, 양귀비꽃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군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했다. 같이 살던 형이 캐나다 대학교를 다녔는데 대학교 수업 첫날, 한 명씩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고 한다. 그 형은 강단에 서서 대한민국 남성에게 군대는 의무이다. 2년 동안 군생활을 했다는 내용을 포함한 자기소개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나이 드신 학생들분들이 그 형 자리로 와 토닥거리며 수고했다고 말을 해줬다고 했다. 형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2021년 11월 11일 11시. 리멤버런스 행사 진행을 편의점 라디오로 들었다. 근엄한 분위기가 라디오를 타고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자 양귀비 기부 통을 수거해가시는 분이 오셨다. 중년 신사라는 말이 어울리는 백인분이셨다. 검은 양복을 입으셨고, 가슴 부위에는 큰 양귀비 핀이 꽂혀있었다. 나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하셨고, 나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편의점에서 팔았던 양귀비 핀과 기부금 통


색다른 날에, 캐나다의 현충일을 경험하는 일은 묘했다. 캐나다는 한국을 위해 미국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군인들을 파병했다고 한다. 군인 수는 26,791 명. 516명은 전쟁 중 사망했다고 한다. 중공군과 북한군으로부터 남한을 지켜준 숭고한 희생을 하신 캐나다 군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파란 하늘에 걸린 구름처럼 평안할 수 있음을 깨달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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