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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l 10. 2023

새조개 채집 방해작전

정말 오랜만에 아이들과 바닷가로 피크닉을 갔다. 썰물 때 맞춰가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해서 점심은 fish & chips를 테이크아웃해서 먹기로 하고 간단하게 의자와 돗자리 그리고 커피만 싸가지고 길을 나섰다. 집에서 바닷가(Dymchurch)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썰물로 물이 빠져나가 나는 방파제 근처에 자리를 피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남편과 아이들은 바닷물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한참을 놀다가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큰 아이의 손에 새조개 몇 개가 들려있었다. 영국의 새조개는 cockles라고 부르는데 겉모습은 꼭 꼬막처럼 생겼고 안에는 아주 부드러운 새조개살이 들어있다. 가끔 아주 고운 모래가 있는 바닷가에 가면 어렵지 않게 한 바가지 정도 주워와서 하루정도 해캄을 하고 삶아서 비빔밥도 해 먹고 쌀국수도 해 먹었었다. 큰아이는 그 맛을 기억해서 한 끼 정도 해 먹게 주워가자고 나를 끌고 물이 들어와 있는 곳까지 갔다. 큰아이가 무언가에 이게 적극적이기는 아주 드문 경우라 나도 적극 따라나섰다. B도 따라왔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다.


'줍지 마! 얘들도 다 생명이 있는데 왜 먹을라고 해! 안 먹어도 되잖아! 엄마 미워!'

'어차피 엄마가 안 먹어도 저기 갈매기들 보이지? 재네들이 다 먹을 거야. 그냥 나눠먹는 것뿐이야. 그리고 봐봐, 이렇게 작은 것들은 그냥 놔주잖아.'

'뭐, 그게 뭐라고. 어차피 잡아먹을 거면서 어려서 놔준다고 좋게 말하지 마.'

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뭐라 대꾸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논리적으로는 어차피 내가 지는 게임이다.


큰아이와 나는 모래를 들썩거리며 새조개를 찾았다. B는 바짝 우리 뒤에 붙어 다니며 우리가 찾아놓은 새조개를 미처 집어 들기 전에 낚아채서 멀리멀리 던져버리며 방해공작을 폈다. 그러면서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거 봐~ 난 이렇게나 많이 주웠어. 근데 엄마한테 안 줄 거야. 난 새조개 어디 가면 많이 줍는지도 알아. 근데 엄마한테는 안 알려줄 거야.'


사실 나도 많이 주워올 생각은 없었다. 그저 쌀국수 한 그릇씩 말아먹을 정도면 충분했다. 우리도 포기하지 않으니 B도 더 이상은 뭐라 하지 않았다.


집으로 오자마자 해캄하기 위해 물에 담가 검은 봉지로 덮어놓았다. 다음날 아침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넣고 조개입이 벌어지자마자 불을 끄고 조개를 건저 살을 따로 발라놓았다. 그리고 혹시 냄비 바닥에 가라앉아있을 모래나 조개껍질 조각들을 분리하기 위해 조개 삶은 물을 천천히 큰 그릇에 따라서 담아 놓았다.

그리고 그 따라낸 물을 다시 냄비에 붓고 마늘, 매운 고추, 파를 썰어 넣고 소금간하여 한소끔 끓여 미리 삶아놓은 쌀국수에 부어 한 그릇 거하게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감칠맛 끝내주는 깔끔한 새조개 쌀국수 정말 꿀맛이었다.


내가 큰아이와 국수를 먹는 사이 B는 또 이층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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