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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n 29. 2023

고사리김밥

채식요리

올봄에 친정엄마가 영국엘 다녀가셨다.

동네 공원에 고사리랑 비슷한 게 자라는 것 같아 엄마에게 확인을 받고 싶었다.

고사리는 보통 산에서 자라는 것만 보시다가 고사리밥이 평지에 지천으로 펼쳐져있는 것에 놀라워하셨다. 아직 고사리가 나오긴 이른데 고사리가 꽤 클 것 같다고 하시면서 철이 되면 한번 뜯어보라고 하셨다. 혹시몰라 고사리가 올라왔을때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니 고사리 맞다며 뜯어보라 하셨다.

그렇게 5월 초에 동네 공원에서 생애 최초 고사리 채집을 감행하여 잔뜩 말려두었다.  


어젯밤 물에 불려놓았다가 오늘 아침 국간장+마늘+들기름 적당량과 물을 조금 넣어 조려놓았다. 고사리에 단백질이 많아 채식하는 B에게 먹이면 좋을 것 같아 오늘은 소고기 대신 고사리를 넣고 김밥을 싸보았다. 색깔과 식감 모두 소고기보다 나은 것 같다. 그리고 고사리를 자르지 않고 조려서 길게 밥 위에 올려놓고 싸면 되니 훨씬 수월하게 김밥을 말 수 있었다.


김밥 재료로는 집에 있는 오이, 당근, 달걀, 고사리가 전부이다.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난리인 B에게 김밥을 내밀었더니 너무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김밥도 채식위주로 싸먹다 보니 소고기, 어묵,  참치를 넣었을 때 은근히 났던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맛이 깔끔하다. 그래서 더 많이 집어 먹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김밥에 단무지를 넣지 않고 집에 만들어 놓은 장아찌를 넣어 먹으면 감칠맛도 나고 짠맛의 중심을 잡아줘서 단무지 대용으로 썩 좋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장아찌류는 명이나물이나 깻잎 장아찌이다.


김밥은 솔직히 아무거나 넣고 싸도 맛이 없기 힘든 음식이다. 김밥을 쌀 때마다 옛날 초등학교 소풍날 엄마가 싸주셨던 달걀김밥이 생각난다. 언니와 나는 김밥에 들어가는 단무지와 시금치를 매우 싫어해서 엄마가 깨소금을 잔뜩 넣은 밥에 달걀지단만 잔뜩 넣고 김밥을 싸주셨었다. 점심시간에 옹기종기 모여 김밥을 먹을 때 다른 아이들 김밥과는 색자체가 달랐었다. 그래서 내 김밥이 더 눈에 띄었고 아이들이 늘 하나만 달라고 졸라댔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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