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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n 19. 2023

닭갈비 먹고 참 교육

큰아이가 어차피 B가 고기를 먹지 않으니 닭갈비를 좀 해달라고 한다. 그래서 닭다리살을 사다가 손질하고 있는데 가족들 마다 할 말이 참 많다.


큰아이: 엄마 이왕 하는 거 아주 자극적으로 부탁해!!! 건강 생각하지 말고. 알았지?

남편: 난 안 먹을 거야. B를 서포트해 줄 거야. (일부러 B가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한다) 둘이 먹고 남으면 내일까지 먹어~

나: 응~ 알았어~ 우리 걱정은 마~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일단 해놓으면 남편은 제일 먼저 달려들어 정신 못 차리고 먹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닭을 손질해서 양념에 재워두었다. 그리고 B가 먹을 시금치감자된장국을 만들고, 쌈이라도 싸 먹게 각종 씨앗을 넣고 쌈장을 만들었다. B는 밥상에 앉아서 닭갈비를 먹는 우리와 닭갈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밥을 먹었다. 남편과 큰아이는 남은 양념까지 모두 긁어다가 밥을 비벼먹었다.


그날밤 B는 가족 단체 채팅방에 뉴스 기사를 하나 올렸다. 바로 축사에 화재가 났는데 불을 뚫고 주인에게 가 화재 상황을 알리고 결국 죽은 어미소 이야기이다. 난 기사를 띄우자마자,

'야! 이게 뭐야~ 엄마가 소고기 먹지도 않았는데 이런 걸 왜 보내?'라고 하며 웃는 얼굴을 하자,

'엄마는 이게 웃겨? 웃기냐고! 느끼는 게 없어?'라고 소리치며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한다. 괜히 머쓱해져서는

'넌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구해서 본거야?'

'엄마는 지금 그게 중요해?' 


B는 우리가 채식주의자가 아니어도 좋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같은 상에서 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을 차마 견뎌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나름의 방식으로 대화를 거부 해보기도 하고, 우리를 참회시키려 이런 기사까지 들이대며 우리를 채식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오늘도 고기 조금 먹고 참 교육에 질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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