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B에게 물었다.
'고기가 정말 먹고 싶지 않아?'
'아니 먹고 싶지 않아!'
'돈가스 생각 안 나?'
'엄마, 당연히 생각나지... 맛이 그립기는 해. 왜 안 그렇겠어... 그런데 도저히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리고는 한참을 말이 없다가 갑자기,
'나 다음번에 한국 가면 어쩌지? 한국 돈가스 정말 맛있는데... 강릉 중앙돈가스... 청주에서 먹은 돈가스도... 큰 이모네 집에서 먹은 돈가스랑 삼겹살도 맛있었는데... 이제 먹을 수 없잖아'
그래서 나는 생각 없이 쉽게 말해버렸다.
'그냥 한국 갔을 때는 좀 먹고 영국 와서 먹지 마'
B가 갑자기 원망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왠지 아이의 얼굴에 많은 생각들이 스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얼른 아이가 좋아하는 행복한 돼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얼굴이 바로 활짝 피기 시작했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자신의 선택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을 돼지사진을 보며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이가 채식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다. 단 한 번도 치팅한 적 없이 채식을 하고 있다. 보통 채식을 하기로 하거나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도 초창기에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치팅데이를 정해놓고 일탈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B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고기를 먹었던 입맛은 아직도 기억나고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