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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 Expat Oct 24. 2021

40대. 삶과 여행은 평행하다

20대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30대는 더 많은 경험과 아름다움을 찾아 길을 떠났다면, 고군분투했던 사회생활에 지친 40대는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편안한 곳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로 길을 떠난다. 한숨 돌릴 휴식이 필요한 40대의 어느 날,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오랜 친구들과, 멀리 있는 친구들을 찾아 길을 떠난다. 신용카드를 확인하고 너무 바쁘지 않은 일정을 짜고, 편안한 휴식을 위한 숙소를 예약한다.


프로젝트 어브로드라는 발런티어, 인턴쉽 한국지사장으로 나의 40대가 시작되었다. 네팔의 발런티어 현장점검을 위해 다시 배낭을 들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로 떠났다. 등산길 한 중턱에 "힘든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곪씹고 앉아 있는 내가 있다.


40대는 힘든 여행, 고생스러운 여행을 열정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좀 편해지고 싶은 나이였다. 물론 거기에는 나를 매우 초라하게 만드는, 준비된 체력으로, 동료들과 함께, 한국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를 대동하여, 그 힘든 산행을 즐기고 계시는 무적의 6-70대 대한민국 산악클럽 회원분들도 계셨다. 또 혼자 길에 선 나는, 문득 "이젠 누군가와 서로 의지하며, 길을 떠나야 할 나이가 된 건가?"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작은 사무소지만 한국사무소를 설립하는 대표로 회사 설립, 등록, 홍보, 회계를 망라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몇 년 후 다시 실패했다. 비행편과 생활비를 지불하고 외국으로 자원봉사를 떠나는 가치를, 스스로 완히 설득지 못했고, 그러니 남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삶. 여행. 평행선


44살, 코이카 개발협력 전문가로 아프리카 가나로 떠났다. 자정까지 즐기던 파티가 슬슬 지루해지던 차, 운명을 가장한 수많은 우연처럼 가나에서 만난 인연과 결혼하고 딸이 태어났다. 남편도 국제개발협력 관련 직업으로 은퇴까지 해외생활을 해야 했다.


평생 여행하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아니, 여행이 한순간 삶으로 바뀌었다. 여행이던 해외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여행은 돌아갈 집이 있는데, 집이 그곳이니 돌아갈 곳이 없었다. 이민하여 정착하면 그곳이 삶이 되어 여행을 떠나면 되지만, 몇 년에 한 번씩 나라를 옮기는 삶은, 지은 집을 허물고 다시 집을 짓는 유목민, 길 위의 삶이었다.

삶과 여행은 평행선이 되었다.


두 살이 채 안된 아이를 데리고 떠난 스리랑카에서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데 4년이 모두 지나갔다.

외국인, 엄마, 아내, 유목민,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할에 적응해야 하는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시험 전날 밤샘하듯, 늦게까지 하지 않은 숙제를 모두 해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40대의 여행


40대, 인생이라는 무게에 붙은 가속도를 따라 달리는 나이.

성공했다 실패하고, 좋아하다 떠나보내고, 기뻐하다 슬퍼하는 롤러코스터같은 일을 수없이 겪는다.

철들지 않으려던 모든 노력이 무색하게,

어느 순간 철들어있는 자신을 본다.


40대는 축적된 인생의 짐을 덜기 위해 길을 떠난다.

더 이상 철들기 위한 힘든 여행이 별 의미가 없다.

때로는 멋진 풍경 앞에서도

큰 감동 없이 서 있는 낯선 나를 만난다.



사람 주연, 풍경 조연


40대는 편안한 곳,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먼 곳에 살고 있는 가족을 때로는 친구를 찾아갔다.

문화와 풍경은 여행의 조연이 되었다.


오랫동안 나의 동반자였던 나 홀로 여행도 막을 내렸다. 여행은 편해졌다. 남편도 고려해 여행지를 선택하고, 아이를 핑계로 여행 방식도 바꿨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여행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아이와의 힘든 여행은 나를 지치게 하고, 지치면 짜증 나고, 즐겁지 않은 여행은 할 필요가 없으니까!


가성비 높은 호텔이 많은 스리랑카에서 4년을 보내며,

때로는 깨끗하고 편안한 호텔 자체가 목적지가 되었다.

고생스럽지만 자유로웠던 혼자의 여행은

40대 후반 엄마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아이를 낳고 다시 입을 수 있으리라 한참 붙들고 있다,

결국은 주어버린 작아진 옷처럼...




이 생애는 안될거라 중얼거리는 40대!

이제 젊음의 치기와 불편함도 내려놓고,

조금 편하게 나를 위로하기 위해

지금까지 못가본 길, 나서지 못한 길. 

길을 떠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사실..너무 심하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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