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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20. 2024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5-1. 회사원의 질문

 회사에 성격이 다른 2명의 동료(선배 혹은 후배)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1번은 굉장히 살가운 성격에 평소 먼저 말을 걸며 안부도 묻고, 종종 간식도 챙겨주고, 생일 같은 기념일도 챙겨주는 스타일이에요. 2번은 성격은 좋지만 그렇다고 먼저 말을 걸거나 챙겨주는 일은 없어요. 정말 일만 하다 가는 스타일이죠.


 둘 다 일은 잘한다면 여러분은 둘 중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시나요?


 저는 1번입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대화를 많이 하고,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겨서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보았을 때 사실 저는 후자 2번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원체 내향형인 성격에다가 남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라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무언가를 챙겨주는 것도 익숙하지 않거든요.


 앞선 글에서도 한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회사에서 저의 포지션은 '묵묵히 일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분위기메이커에 살가운 사람은 아니어도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내 일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죠.  


 회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주지도 받지도 말자'가 편한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 1번 유형과 같은 대리님이 계셨습니다.


 업무적으로 누군가 어려움을 겪을 때 잘 도와줄 뿐만 아니라 종종 같이 밥 먹자고 말을 먼저 건네고, 야근을 할 때면 비타민을 슬쩍 가져다주고, 생일에는 소소하지만 나를 생각한 마음이 보이는 선물을 해주시는 그런 분이었죠. 평소 '대리님은 어떻게 이렇게 성격이 좋으실까? 천사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는 했어요.


 오늘은 같은 부서 과장님이 기나긴 해외출장을 떠나기 전 마지막 출근날이었어요. 오전까지만 해도 사실 해외출장을 가든 말든 저랑은 상관이 없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업무만 처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점심시간이 다가왔을 때쯤, 갑자기 위에서 말한 천사 같은 대리님이 생각나는 거예요.


 여름휴가나 출장 등 무슨 일이 있을 때면 같이 점심을 먹자고 먼저 물어봐주던 대리님이 생각나며, 그때 느꼈던 '반가움'과 '기분 좋음'도 떠올랐어요.


 그래서 문득

 하던 업무를 멈추고

 3초 동안 고민한 후

 과장님께 카톡을 보냈죠.



과장님,
해외출장 떠나시는데
혹시 오늘 점심식사 같이 하실래요?


  


 전송을 보내놓고 나니 소심쟁이 회사원인 저는 괜히 긴장이 되었어요. '평소 나답지 않은 행동을 괜히 했나?'라는 생각이 들락 말락 할 때쯤 카톡에 1이 사라지며 과장님께 답장이 왔죠.


 "좋지~~"


 그렇게 그날 약속이 없었던 팀원들까지 다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어요. 과장님께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커피도 사주셨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원래 저는 누군가에게 밥을 먹자고 먼저 말을 건네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지만, 누군가 저에게 해줬던 행동이 기분이 좋았기에, 저도 똑같은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했다는 거예요.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좋은 사람을 곁에 두면 조금씩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배우고 흡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요?




 저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수 있다'는 말이 있죠? 이 말은 아무리 차갑고 정이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을 한번 받아보면 그런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무뚝뚝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는 성격이지만, 아니 성격이'었'지만 살면서 대리님처럼 좋은 사람들을 하나둘씩 만나며 점점 배워가고 있어요.


 마치 아기가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고, 어린아이가 한글을 배우듯 내 마음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조화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말이에요. (신입사원 시절 때에 비하면 정말 회사생활하면서 사회성이 많이 늘은 것 같아요. 마음에도 없는 말하고 비위 맞추는 사회성 말고 정말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아끼고 그 마음을 올바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말이에요)


 저는 여전히 완벽한 사람도, '어떻게 저 사람은 성격이 저렇게 좋지? 천사인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보고 듣고 배우고 가끔은 부딪치고 낙담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되고 있어요.


몇 년 전 '나는 원래 이래'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지 말자고 다짐한 적이 있어요. 내 원래 성격이 어떻든, 내가 어떤 성향을 타고났든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 우리는 변해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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