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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21. 2024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까?

5-2. 회사원의 질문

 어느 날 퇴근길,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길래 잠시 앉아서 구경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명 남짓한 관객들이 있는 소소한 버스킹이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정말 행복해 보였죠. 사람들의 작은 호응에도 얼굴에는 정말 진정으로 행복한 웃음이 나타났습니다.


 퇴근을 하고 혼자 앉아서 버스킹 공연을 잠시 관람하고 있자니, 갑자기 머릿속에 한 가지 물음표가 떠올랐어요.



'저 사람은 행복할까?

행복하겠지?

행복해 보여.'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성공'한 유명 가수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업으로 삼으며 공연을 하는 그 가수는 분명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반면,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잘 해낼 수 있고 적당히 조건 좋은 회사에 다니며 평범하게 일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문과 사무직인 저는 당시 퇴근을 하고 좀 지친 상태였습니다. 요즘 업무가 굉장히 바빴거든요.


 '부럽다'


 거리 예술가보다는 평범한 회사생활이 더 안정적이고 돈도 더 많이 벌 것 같았지만 그 가수의 열정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까?



 '나도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좋아하는 일이 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못 이겨 회사에 취직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그저 딱히 좋아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약 30분 간의 짧은 공연이 끝나고 가슴 벅찬 미소를 지으며 가수는 관람객들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떠났습니다. 노래든 뭐든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어요.






 그 후로 변함없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책을 꾸준히 읽던 나는 유명 베스트셀러인 밀란 쿤테타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인상 깊은 구절을 보았습니다.


일단 새로운 삶의 경악스러운 이질감을 극복하자 그는 자신이 길고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어떤 중요성도 부여하지 않는 일을 했고 그것이 아름답다 생각했다. 일단 일을 끝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사람들(그때까지 항상 동정했던 사람들)의 행복을 이해했다.

그는 한 번도 이런 '행복한 무관심'을 체험하지 못했다. 예전에 그는 그가 원한 대로 수술을 성공하지 못하면 절망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_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책의 주인공은 인정받는 유명 흉부외과 의사입니다. 의사를 천직으로 생각했고 운명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의사를 그만두고 창문을 닦는 청소부로 살아가게 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자신이 천직이라 생각했던 일도 아니지만, 청소일을 하며 '일을 끝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행복'을 이해했다고 말합니다.




 이 글을 읽자 저는 문득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몇 년 동안 그래도 대체로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는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퇴근하면 모두 잊어버리곤 했어요. 주말에는 회사를 완전히 잊고 여가생활을 보냈죠.  만약 제가 사업을 하거나 내 존재이유와도 같은 일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마음 편히 쉴 수 있었을까요? 작은 실수를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고 쿨하게 넘길 수 있었을까요?


 저는 야망이 크고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 아마 절대로 그렇게 못했을 것 같아요. 퇴근을 하고 나서도, 여행을 가서도 내내 시달렸겠죠.


 항상 좀 더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회사 일 말고 '내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일단 일을 끝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행복, '행복한 무관심'을 체험하고 있었던 셈인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축하할 일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느끼기 어려운 뜨거운 열정과 행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만약 여러분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현실에 맞춰 적당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그 역시 축하합니다.

 일을 끝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행복한 무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정녕 회사생활이 나쁘기만 한가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무거운 열정'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생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 일이 망했다고 해서 내 일부마저 떨어져 나가는 듯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리는 일은 없겠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퇴근 후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면 그 역시 충분히 행복한 인생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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