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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Feb 22. 2021

#방황인가 탐험인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by 니체

좋기만 한 것도 없고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우리의 일이 그렇고 우리의 하루가 그러하며 우리의 인생이 그렇다. 생각해보면 엄청 힘들었던 시기도 어느 순간 다 지나간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늘어가면서 그 고통의 정도가 줄어들기도 한다. 퇴사 욕구가 하늘을 치솟는 날이 있는가 하면, 절치부심으로 실력을 키워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의욕이 넘칠 때도 있다. 이 사이클들을 몇 번 겪다 보면 프로 직장러가 되고, 직장인이라는 정체성보다 나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아직은 직장인 role에 적응 중이라 삶의 70%가 회사 일. 점점 여유가 생기면 나의 일상 지분이 커지리라.)


많은 직장인들이 햇수 3,6,9를 주기로 슬럼프 혹은 퇴사 욕구가 커진다고 한다. 나 역시 팀에 온지는 1년 반도 안되었지만 억울하게도 3년 차다. 욕심은 많은지 남들이 겪는다는 것은 다 겪고 있다. 내가 여기서 어떤 배움을 하고 있는지, 방향에 맞게 가고 있는지 등 고민이 많아졌다. 다른 팀의 동기와 선배들은 내가 잘 웃고 있어서 회사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많이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외롭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힘듦을 홀로 극복해야 한다. 팀에서 나는 외롭다. (사실 들여다보면 다들 외로운 존재)


한 번은 나의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선배님께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선배님은 말씀하셨다. "이 세상 자체가 불안정하고 흔들리기 때문에 네가 흔들리는 건 지극히 정상이야. 눈을 포함한 우리 자체가 바깥 상황에 맞춰서 흔들리며 조정되게 설계된 것처럼 말이야." 이 조언을 듣고 내 방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게 되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은 고민과 의문들은 계속 중심추를 흔들었다. 그럴 때면 니체의 말을 믿기로 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고 그가 말하지 않았나. 내가 이렇게 방황하는 것은 노력의 반증일 거라고.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는 증거라고.


그렇게 흔들리고 있을 때, 김신지 작가의 <평일도 인생이니까>라는 책을 만났다. 많은 문장들이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이 갔다. 그리고 한창 반항심 가득한 마음에 훅 들어왔던 문장.

 "성장판이 닫힌 지도 오랜데 언제까지 성장하라는 건지 모르겠고 그런 식이라면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다 최고의 자신으로 죽겠네. 그것 참 근사하네."

원래 공부하고 알아가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서 자기 계발을 좋게 생각하지만, 뭔가 통쾌한 말이었다. 성장판은 닫혔는데 언제까지 성장하란 말이냐. 흐흐흐. 계속 자기 계발을 해야 하고, 성장해야 하고, 원치 않아도 경쟁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 이제는 공부는 물론이고 쇼윙도 해야 한다는 진심 어린 충고도 들었다. 묵묵히 내 할 일은 하고 있지만 쇼윙에 적합한 성격은 아니라 가마니가 되고 있었나 보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건 참 쉽지 않다. 어쩌겠나. 그래도 내 인생인걸.


내 인생이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직과 대학원 등 여러 옵션을 나열해보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아직은 다른 하고 싶은 게 없다. 도피성 선택은 후회를 남길 것이 분명하다. 결국, 오늘의 나보다 한 달 후 더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도 하고, 업무 스킬들도 늘리기로 결심했다. 나는 남들보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고 아는 것이 적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딱 한 달 후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이 내 목표다. 그렇게 매달 조금씩 나아지는 것으로. 그래서 지금 넘어지고 흔들리는 건 괜찮다.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더 의연하고 단단해질 거니까.


나는 직장인으로서 겪는 이 과정들이 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끝이 있는 시험공부가 아니다. 얼마만큼 성장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삶이 여행이라면, 마라토너가 아닌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자(정재승 교수님의 제안). 계속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넘어져도 일어나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아는 탐험가 말이다. 성장 압박에 시달리는 직장인보다는 알아가는 묘미를 아는 탐험가가 훨씬 나아 보인다. 내가 이렇게까지 나를 설득하고 독려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어찌 됐건 이건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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