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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놓인 달 무드등

by 린다

창가에 놓인 달 무드등은 예전 집에 살던 시절, 선물로 받았는데 표면이 실제 달과 흡사한 디자인이라서 더 마음에 든다.

이전 집에서도 물론 예뻤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창가에 올려두니 더욱 운치 있고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무드등도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야 비로소 제대로 빛을 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용한 밤에 창가에 앉아 무드등의 은은한 달빛을 바라봤다.

그러면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특별히 밝은 조명을 켜지 않아도, 어둠 속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고 부드럽게 빛나는 모습이 내게 위로와 따뜻함을 주었다.


얼마 전에는 또 다른 새로운 무드등을 선물 받았다.

이번에는 샛노란 색이 포인트인 무드등이다.

사실 최근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마음이 긴장되고 불안했는데, 마침 밝고 환한 무드등을 받으니 앞으로의 삶에도 무드등처럼 밝고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이 선물 덕분에 다가올 일들에 대해 좀 더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 앞으로는 이사 왔을 당시 막 공사가 시작되었던 큰 건물이 어느새 완공되었다.

또한 집 뒤편에서는 또 다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집 앞뒤로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아서 낮에는 일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 소음이 힘들지만, 언젠가 이 집을 떠나고 나면 이조차도 그리워질 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 마음은 참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떠나고 나면 시끄럽고 불편했던 기억조차도 애틋하게 남기 마련이다.

그동안 이 집에서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행복한 소식도 있었고, 때론 슬픈 소식도 있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었지만, 전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홀로 다이어리를 펼쳤다.

다이어리 한쪽 구석에 ‘참 잘했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며 혼자서 작은 성취를 축하하고 위로하는 습관도 생겼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을까.




최근 한동안 글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이사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이사라는 일은 늘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매번 깨달았다.

이번에도 처음 계약한 집에서 서류상 문제가 발생해 이사를 열흘 앞두고 급히 다시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이사 5일 앞두고 계약을 했듯이, 새 집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칠 전 급하게 기차를 타고 다시 내려가 며칠 동안 집을 찾아야 했는데 발에 물집이 생길 만큼 여러 집을 방문했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끌리는 집들은 대부분 신탁이나 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안전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이 과연 어디 있을까 하는 고민에 결국 새벽까지 친구와 전화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그날 밤 잠들기 전, 답답한 마음으로 휴대폰에서 직방 앱을 열었다. 그리고 우연히 구축 아파트 하나를 발견해 ‘문의하기’ 버튼을 눌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부동산 소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는 바로 그 집을 보러 갔고,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속으로 “이 집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찾고 있던 환한 창문과 탁 트인 개방감, 그리고 베란다까지 갖추고 있었다.

부동산 소장님께서는 싱크대가 조금 낡긴 했지만, 남향이라 채광이 좋고 집도 넓어서 살기 좋을 거라고 하셨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생각보다 낡지도 않았고, 단지도 넓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제는 장례식장 앞에서 살던 시절보다 조금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 아파트를 계약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글을 제대로 쓰지도 못했고, 읽고 싶은 책들도 모두 미루었다.

안정적인 내 삶을 위한 여정 속에서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비로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찾고 나니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솟아났다.

마치 창가에 놓인 달 무드등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처럼, 나 역시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마련된 지금, 비로소 글을 쓰는 일에 다시 몰두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다시 창가의 달 무드등을 바라본다. 창가에 놓인 무드등은 말없이 나에게 위로와 평온을 전한다.

앞으로 내 삶도 무드등처럼 잔잔하고 따뜻한 빛으로 가득하기를 소망한다. 이제 곧 이 집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집에서 선물 받은 밝은 무드등처럼, 앞으로 내 삶에도 밝고 환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창가에 놓인 무드등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다음 글은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쓰고 있겠지.
그날을 기다리며, 다시 한번 지금의 순간에 주어진 소중함과 감사함을 깊이 느껴본다.

창가에 놓인 달 무드등은 내 마음의 작은 위안.
이 집을 떠나도 이 무드등과 함께했던 시간은 나에게 따스한 기억으로 남을 같다.


삶이란 무드등처럼 때로는 희미하게, 때로는 환하게 빛을 발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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