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온몸이 아파."
아이가 아픈 것 같기도, 피곤해하는 것 같기도 할 때마다 고민이 된다. 오늘 아침이 딱 그랬다. 학교가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는 건지 진짜 아픈 건지 조차 의심스러운데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이의 정상체온을 확인하며 "너 학교 가기 싫어서 그러지?"라고 핍박을 주었다가 서러움에 눈물바다가 될 게 뻔하다.
요즘 독감환자며, 감기환자며 난리도 아니라서 조심하고 있는데, 괜히 병원 갔다가 더 심한 바이러스를 지니고 오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추운 날씨에 아이랑 입씨름하며 병원을 다녀오는 것도 쉬는 날 샤워하는 것만큼 귀찮은 일이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얘기해 봐. 목이 아파? 침 삼킬 때?"
"콜록콜록!"
아이는 대답대신 기침으로 대답을 한다. 꾀병은 아니구나. 병원에 가는 김에 나도 진찰을 받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침부터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며 아픈 건 아닌데 목이 불편한 느낌이랄까? 헛기침을 하면 좀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어서 따뜻하게 커피를 내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온몸이 쑤시는 것 같고 기침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정말 기분 탓인 걸까?
이러나저러나 곧 주말이기도 하니 마음 편히 아이와 병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요즘 병원이 난리라는데, 일찍 와서 인가 환자가 몇 없어 보인다. 대기실 벤치를 침대 삼아 누워있는 아이를 피해 멀찍이 앉아 기다리니 얼마 안 되어 호명을 했다.
"목이 빨갛고 부어있네요. 해열제는 따로 드릴 테니까 열이 나면 먹이시면 돼요."
'열이 나면'이라는 말은 '곧 열이 날 것이다'라는 말과 거의 일치한다. 1호는 편도가 큰 편이라서 감기가 오면 무조건 목이 붓고 열이 난다. 의사 선생님의 '열'이란 말에 너무 빨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열이 나면 독감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도 든다.
감기 같은 질병은 초기에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부지런히 온 건데, 열이 나거나 아이가 좀 더 통증을 호소하거나 늘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가서 적절한 약을 처방받아 쓰는 게 더 효과적일까 싶기도 하다.
아이가 아프기 시작할 때, 지금 병원을 가는 게 나은지 하루 이틀 지켜보다 가는 게 나은지는 항상 고민거리다. 오늘 내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