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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Jan 15. 2024

라켓은 일회용품이다.

방학 4일 차

아들육아의 8할은 몸을 움직여야 한다. 어려서는 쫓아다니기 바빴고,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함께 하느라 힘들다.


친구랑 함께했으면 참 좋겠지만 아직 아들에게 자유놀이는 싸움만 하다 끝나는 억울하고 열받는 시간이라 지켜보다 답답해서 재판장이 되기 십상이다. 어쩌다 사이가 좋다 싶으면 흥분해서 어디 하나 다쳐서 오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운동 학원을 보낸다. 엄마표를 한다면서 체육은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다니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 일정량 이상을 움직여야 하는 아들을 두었지만 어디 가서 지지 않는 저질체력 엄마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덕분에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태권도, 주짓수, 수영, 인라인, 농구, 볼링, 축구, 야구, 탁구까지... 그런데 학원에서 해결 못 해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주말엔 안 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못한다고 하는 게 맞다. 타고난 역마살을 가진 어미덕에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학원을 보내면 가는 날 보다 못 가는 날이 더 많아 등록을 할 수가 없다.


 어쩌다 일정이 없어 한가한 주말엔 동네 다목적체육관으로 배드민턴을 치러 간다. 분명 한가로운 날이지만, 체육관을 가기 위해 우리 가족은 오전 7시에 모두 일어난다. 늦게 가면 동호회, 연애하는 커플 등으로 붐벼 코트 하나를 우리끼리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8시에 입장을 했다. 오예! 방학이라서 다들 놀러 갔는지 아무도 없다. 체육관을 모두 대관한 기분으로 불을 켜고, 코트를 인당 하나씩 잡고 몸을 풀어본다. 스트레칭을 하고, 천장을 향해 셔틀콕을 치며 각자 배드민턴 감을 끌어올린다. 실력은 미천하나, 마음가짐은 국가대표만큼 매우 진지하다. 서로 패스를 하며 연습을 하고는 어른 대 아이, 엄마팀 대 아빠팀, 아빠와 아들들 다양하게 경기를 펼친다. 룰은 국제룰이며, 못한다고 혹은 어린이라고 봐주는 건 없다. 더티 게임을 하는 자는 무조건 퇴장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니까.  

 

우리만 쓰는 체육관은 너무 좋아

 어른 2,000원, 아이 1,400원 혜자 로운 금액으로 배드민턴을 2시간을 치나면 아들들이 소모해야 하는 에너지 반은 소모된다. 반'밖에' 안된다는 아쉽지만, 이상은 내가 힘들어서 수가 없다. (아무리 해도 체력이 늘지 않는 그런 걸까?) 아이들이 2시간을 쉬지 않고 동안, 남편과 나는 번갈아 가며 혹은 아이들끼리만 하도록 시키는데도 항상 어른만 지친다. 배드민턴이 아닌 인라인스케이트나 수영장, 아이스 스케이트장, 포켓볼장, 줄넘기 다른 것을 때도 있지만 이것저것 결과, 배드민턴이 최고다. 날씨의 제약을 받지 않는 데다 2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이 있어 아이들에게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가자."를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어서다. 아들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도 늘고, 실력도 늘어 점점 운동시간이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너희들이 애미 애비를 안 닮아서 운동신경이 좋은 게 탈인 거지, 우리가 체력이 약한 걸 탓하면 안 된다며 더 하고 싶으면 둘이서 하라고 오히려 으름장을 놓는 막무가내 부모니까. (이럴 땐 부부가 쿵짝이 참 잘 맞는다.)




틈날 때마다 할 정도로 재밌고 좋은 배드민턴도 단점이 있다. 이건 우리 집만의 문제 이긴 한데, 바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거다. 우선 우리 집의 운동 모토는 아이템빨이다. 그동안 나의 글을 읽은 독자라면 예상했겠지만, 남편과 나는 운동에 소질도 없고 관심도 없다.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한동안 리틀야구 선수로 뛰었던 1호가 대체 누굴 닮아서 운동을 좋아하는지 양가 친척이 모두 아이의 유전자를 의심했다.(그러기엔 너무 아빠 판박이지만) 운동 안하던 사람이 운동을 하게 되면 바로 티가 난다. 장비발 시선을 강탈하기 때문이. 우리는 아이템이 있어야 할 맛이 나서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된다는 핑계로 늘 풀장착을 한다. 배드민턴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가볍고 탄성 좋은 라켓과 나일론, 깃털, LED, 고무 에어 등 다양한 셔틀콕은 기본이요, 체육관을 이용하기 위해 운동화도 구입했다. 계속 쓸 것이니 이 정도는 써야 한다며 신나게 구입을 했다.

셔틀콕도 종류가 다양하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라켓이 일회성이라는 것을. 셔틀콕이야 한 번 칠 때마다 한 통씩 쓰게 될 거라 예상을 했다. 실력이 어설퍼서 자꾸 라켓 끝에 맞거나 타이밍을 못 맞춰 깃털을 치니까 셔틀콕이 수시로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라켓이 이렇게 잘 망가지는 거였나? 라켓 줄이 끊어지는 건 알았지만, 하루에 인당 한 개씩 뚫어지거나 끊어질 줄은 몰랐다. 뭐 그럼 줄 사서 교체하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줄을 사서 교체하는 라켓은 배드민턴 좀 치는 고가의 라켓들만 가능하다. 3~5만 원가량의 그나마 싼 보급형 라켓은 줄이 망가지면 그대로 쓰레기통행이다. 고로, 우리는 매번 배드민턴을 칠 때마다 라켓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아이들에게 살살 좀 치라고, 제대로 치라고 당부를 하고, 자꾸 라켓 망가뜨리면 다음부턴 안 칠 거라고 으름장을 놓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재밌어서, 게임에 이기려고 치다 보면 또 줄이 탱! 하며 GOOD BYE를 외친다.

그래서 오늘도 난 라켓을 주문하며 고민을 한다. 배드민턴 말고, 다른 운동이 뭐가 있으려나..?


호랑이를 그린다 생각해야 고양이라도 그리죠.
겸손할 척할 필요 없어요.
이기고 싶다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죠.
누구나 1등 하려고 운동하는 거 아니에요?  

-세계 2위 월드클래스 베테랑 김정준을 이긴 유수영 선수의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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