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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Feb 20. 2024

나는 즐기는 개구리입니다.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유 퀴즈 온 더 블록> 김은주

요즘 브런치 동기 단체채팅방은 매일 축제다. 급등작가와 추천작가. 에디터 픽을 당한 글과 브런치 북, DAUM 포털 사이트 게시와 조회수 폭등으로 이모티콘으로 축배를 들고 춤을 추느라 바쁘다. 우리 동기들의 활약에 기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처럼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데, 왜 나는 브런치 메인창을 장식하지 못할까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글을 잘 못써서겠지?'

'너무 재미가 없나?'

'내가 브런치 글들을 읽으러 다니지 않아서 그런가?'

고민을 하다 보면 글을 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의욕이 생기지 않으니 연재일이 되어도 대충대충 퇴고 없이 발행을 해보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조회수는 떨어지고, 매 번 성의 있게 댓글을 달아주던 동기들도 내 마음을 아는지 써주는 이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윽고 나는 점점 글을 쓸 의욕을 상실해 간다. 내가 의욕을 불태우지 못하는 것은 해봤자 봐주는 이도 적고, 그러니 출판사 관련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의욕 없이 대충 자판을 두드려 쓴 내 글을 pick할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 동상이몽.




이런 마음을 콕 짚어 나를 혼내어 주는 글귀를 발견했다.

'내가 먼저 마음을 담지 않으면, 내가 먼저 발을 푹 담그지 않으면, 그 어떤 일이라도 계속 내 주변에서 겉돌기만 한다. 할 의욕이 있다는 의지를 먼저 충분히 드러내고 할 수 있음을 증명하도록 유도하라. 나는 일을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으면 일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즐겁고 보람찬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주관적인 문제다. 일이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의 가능성에 기회를 줄 생각을 해 보면 안 되는 것일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

- 태도에 대하여 , 임경선

이 글귀를 눈으로, 소리 내어서, 필사하면서 세 번을 읽었다. 반성하는 그리고 다짐하는 마음으로.

글쓰기가 어느덧 나에게 일거리로 자리 잡았나 보다. 일의 문제다 보니 경쟁심이 생기고, 시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기들의 잘못이 아닌데, 내가 책을 부지런히 정독하지 않고, 글 쓰는 데에도 정성을 들이지 않아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면서 앞서가는 동기들에게 나를 챙기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새롭게 시작한 길이였더라도 언젠가는 객관적인 평가와 만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두렵거나 싫다고 자존심을 다치면서까지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나 자신을 탓하며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미움과 감동이 있다. 사람들끼리 미워하고 시기하며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딪히면서 자극을 받고 배우며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구글 수석 디자이너인 김은주 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능력자'인 그도 자책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을 보며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다수가 부러워하는 꿈의 회사, 구글은 자율인 동시에 끊임없이 내 능력을 스스로 입증하여야 하는 엄격한 곳이라 늘 몸 값에 합당한 성과를 내야 하고, 매 시즌이 끝나면 함께 한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피드백이 화살처럼 날아왔다고 한다. 김은주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싫어 미국까지 건너가 내로라하는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그곳에서 가진 것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무엇을 하든 늘 부족하다고 느끼며 자신을 원망했다. 지금 내가 대중이 원하고 인정하는 글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그녀는 유연한 기회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활동 반경을 넓혀가야 한다고만 여겼는데, 정작 행복은 '우물을 벗어나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개구리임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나... 하는 마음인 거죠. 내가 '나'여도 괜찮아, 개구리여도 괜찮아.
-유 퀴즈 온 더 블록 김은주 인터뷰 中

그녀의 말을 들으며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구나, 완벽해 보이는 이도 그런 마음과 싸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먼저 그 마음을 내려놓고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글의 조회수가 현저히 낮을 때. 기대했던 글이 에디터의 픽에 선정되지 않은 날은 정말 괴롭다. 이런 날은 유독브런치 동기들 방에 축하할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세 달 동안 60편 이상의 글을 쓰면, 글을 좀 더 수려하게 쓸 줄 알았는데 어째 점점 더 어렵기만 하다. 여전히 급등작가, 에디터 픽이 되고 싶어 글을 읽고, 쓰면서 과정을 즐기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종종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생길 때면, 슬며시 개구리 이야기와 임경선 작가님이 말씀하신 '일의 재미'에 대해 생각을 하며 마음을 쓰다듬는다. 더는 괴롭지 않게 스스로 '하는 재미'를 찾아보며, 글 쓰는 '일의 가능성'에 열린 기회를 주어 보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서.  

이것도 하다 안되면 자포자기하겠지만. 

그럼에도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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