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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중 Dec 22. 2021

위드 코로나였다가 오미크론이 된 혼돈의 카오스

다시 겨울잠을 맞는 우리의 학교

11월 말에 우리는 정말 뭔가 그저 빛을 본 거 같았습니다. 2차 백신 접종률이 80퍼센트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영업시간이 연장되고, 모일 수 있는 사람이 늘어가고, 비수도권에는 정말 희망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홈쇼핑에 해외여행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어요. 백신으로 트래블 버블이 통하는 괌, 싱가포르 등 여행에는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그렇게 뭔가 잘되어간다는 예감으로 매일매일 희망이 커지고 흥분이 높아졌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또 뭔가 나타났습니다. 이름도 요상해가지고 뭐 오미크론이라나, 이 변종의 역습으로 변죽을 울리던 11월을 보내고 다시 찬바람이 몰아치는 12월을 맞았습니다. 11월, 좋았어요. 정말 좋았습니다. 확진자가 변동 곡선을 그리지 않는 사이 소규모지만 운동회 비슷한 것도 하고, 교실에서 학예발표회도 하고, 진짜 오랜만에 현장학습 가는 버스도 타보고. 갑자기 찾아온 봄처럼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제대로 된 ‘위드 코로나’를 실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오미크론의 역습으로 다시 사람 사이가 잠기는 12월은 차갑고 쓸쓸해졌습니다.


당장 수도권은 난리가 났습니다. 8인까지 자정까지 모이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2명에 9시까지로 손발이 묶이고 학교는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도 대구의 사정은 그보다는 나아서 현재까지 대구의 학교는 한 곳도 문을 닫아걸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은 잦아졌지만 그래도 위태위태함 속에서 살얼음 위에서 학교는 마스크 쓰GO 등교하GO 있으니까요.


그래도 물론 모든 행사는 다 빨간줄로 삭제가 되었습니다. 11월에는 거리두기로 떨어져 앉아서라도 모이던 전교학생회의도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있는 학급에서는 원격학습도 운영됩니다. 아이들은 한순간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다시 친구와도 기약 없이 떨어져야 합니다. 아침마다 거리두기와 발열체크로 긴 줄이 늘어선 등굣길을 지나고, 대화 한 마디 허용되지 않는 점심시간을 맞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급식의 숨은 맛’을 찾아 미식가가 될 지경이라는 웃픈 이야기를 다 들어보네요.


그래도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르기에 확진자 7천 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크리스마스가 오고 연말이 되니 방학도 맞게 되었습니다. 오미크론이 7천 명으로 불어닥친 지금, 방학은 정말 고마운 우리 선조들의 지혜이자 신의 한 수로 느껴집니다. 어떻게든 그날까지만 버티면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학교마다 확진자, 밀접접촉자, 자가격리자 등의 안타까운 이름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린 학생들도 곧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준비하다가 다시 강력한 거리두기로 돌아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코로나가 불어닥쳐서 매일 7천 명이 쓰러져도 우리의 오늘은 산타클로스에게 소원을 빌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낼모레 방학에 설레며, 슈퍼참치 챌린지로 무아지경에 빠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학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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