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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교생 Jul 06. 2022

석사과정 입학 구술시험

교과교육 전공으로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하다.

왜 석사과정에 진학하려고 하시나요?


면접을 봐주시는 교수님이 내게 질문했다. 작년에 새로 임용이 되신 분이라고 한다. 내 이름은 다른 교수님을 통해 들어보았으나 마주 대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교수님은 먼저 당신을 소개하셨다. 나는 먼저 내 신분과 소속을 밝히고 답변을 이어나갔다.


왜 석사를 하려고 하는가는 내가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학업계획서에 쓴 바와 같이 나의 생각을 천천히 답변하였다. 분명 면접의 과정이었으나, 이미 너무나 익숙한 교수님들 앞에서 인지라 긴장이 되지 않았다. 진학과 관련된 끝없는 딜레마를 이렇게 풀어낸다는 느낌에 나는 고해성사하듯 답을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그날은 국어교육 전공 외에도 한국어 교육 전공 석사과정 면접자가 두 명이나 있었다. 여느 지방대의 모습이 그렇듯이 원생이 별로 없다고 했다. 교과교육 석사과정은 나 혼자였고, 그나마 고학번 선배들이 박사과정에 네다섯 포진해 있었다. 교수님은 그들과 교류하며 연구를 진행할 것을 권했다.


교정에 머물며 시간을 때우다가 점심을 지도교수님과 함께 했다. 대학원은 이미 만성 미달이었다. 나는 내가 입학 원서를 들이 밀면서부터 합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학가 근처에서 삼계탕을 먹으며 대학원 연구의 현실과 학계의 현실에 대한 교수님의 체험기를 들었다. 삼계탕집 주인장은 우리 대학 박사과정 수료생이라고 한다. 부부가 연구자가 되려고 했으나 삼계탕집이 너무 대박을 쳐서 연구의 길을 접었다고.


한 식경이 지나, 면접에 들어오셨던 다른 교수님이 연락을 주셨다. 연구실로 올라와서 차라도 한 잔 하라고 하신다. 학교 이야기와 대학 이야기를 거치며 우리 대학의 현실과 연구 환경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과 대학원은 서울대와 비서울대의 간극이 크다. 그러나 비서울대라고 해서 다 같은 대학원은 아니다. 돈과 사람이 모이는 수도권 상위와 그렇지 못한 지방대학은 다시 큰 차이를 두고 벌어져 있다. 지방은 다시 부산대와 경북대를 위시로 한 거점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들로 간극을 벌인다. 이 벌어진 간극만큼 국고 지원이나 재단의 연구지원이 벌어진다. 바로 옆 부산대에서 BK21 지원금을 쓸어간 것에 비해 우리 대학은 사업단 구성조차 실패했다고 한다. 단장부터 책임연구원, 그 밑의 산하 연구조직을 꾸리기엔 원생부터가 없기 때문이란다. 어차피 사범대에서 공대급의 대규모 연구를 할 것은 아니겠다만, 그래도 석사생이 하나 들어와서 정말 고맙고 기쁘다고 한다. 나는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더듬어 본다. 기대한 만큼의 대학원 생활이 아닐 수도 있다며 미안해하는 교수님들께 나는 되려 미안함을 느낀다. 저 역시나 전혀 대단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교수님.


다행스럽게도 대학원 면접일 날에 후배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출 풀이 특강이 겹쳐있었다. 오전에 면접이 있고 오후에 강의가 있다 보니 하루를 통으로 출장을 내고 학교에서 나와있을 수 있었다. 방학을 맞이한 캠퍼스는 적막했다. 낡은 건물들이 을씨년스러웠고, 온갖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우짖었다.


과사무실에 들러 조교로 있는 후배와 인사하며 커피를 마셨다. 잠시 부탁을 하여 2학기 시간표를 들여다봤다. 화수목 저녁에 대학원 강의가 잡혀있다고 한다. 석사 졸업이 4학기 24학점이니 이번 학기는 3학점짜리 수업 2개만 들으면 됐다. 화요일 수업이 국어학 수업이라 내 전공이기에 반드시 듣는다고 한다면, 수요일이나 목요일 수업 하나를 들으면 된다. 학교까지는 차로 1시간이 조금 넘었다. 앞으로 2년, 기름값이 꽤나 나가겠다고 생각했다.


진학의 이유나 필요, 목적에 대해선 이미 질릴 만큼 고민했다. 나는 내가 배우고 싶은 내용을 배우고 싶은 교수 아래에서 공부하기를 선택했다.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가 남겠지만 가진 것에서는 최선을 골랐을 것이다. 한 교수님이 면접을 마치고 나온 내게 환히 웃으며 건넨 격려의 말로 내일을 다져볼까 한다.


박군, 다시 학부생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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