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계절을 탑니다. 봄과 가을만요. 저는 계절 호르몬이 제 몸속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건 이 두 계절은 여름과 겨울에 비해 아주 잠깐이라는 것이지요. 제 남편은 봄과 가을이 짧아서, 앞으로 더 짧게 끝난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곤 좋아하더라고요. 그에게는 봄, 가을만 되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제가 낯설기 때문일 거예요.
오늘은 2022년 3월 8일 화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됐어요. 제 봄 타는 시즌이요. 괜스레 자주 듣지 못했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카, 더가든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가사를 되뇌며 감상에 빠졌어요. 흔들리는 나무, 궂은 농담.... 사랑스러운 비유들이 귀에 들어옵니다. 대학 때 천리안으로 채팅을 하며 설레었던 순간도 떠오르고요, 친구들과 세기말이라며 2000년 1월 1일 새벽까지 명동에서 눈을 맞던 21살의 우리들도 기억이 나요. 또 남편과 연애하며 자주 듣던 넬의 '기억을 걷는 순간'. 봄이 오니 행복했던 시간들이 나를 감싸주네요. 다행이에요. 절망이라고 생각했던 경험도 있는데, 웃음 짓게 하는 일을 떠올려주어서요. 봄이란 계절에게 감사하네요. 늘 언제나 지금처럼 제게 찾아와 주길, 봄에게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