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알 수 있는 것, 사랑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하는 일이 있으면 가족 병력을 기록한다. 나의 경우는 암이다 보니 가족력에 대한 질문이 많았었고, 늘 초진차트에 돌아가신 아빠의 병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아빠의 무뚝뚝함, 퉁명스러운 말투 때문에 십 대에는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도 했었다. 그런데 아빠의 약한 모습에 그 모든 걸 용서할 수 있었고, 아빠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아빠는 사랑 표현이 서툰 사람이었을 뿐 우리를 사랑했다. 그 사랑에 책임지기 위해 한시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농번기가 아닌 겨울철에는 공사장 인부로 일을 해 꽤 많은 돈을 벌어오셨고, 농사만 지어서는 현금유통이 안되니 젖소를 키워 우유회사에 우유를 팔아 소득을 냈었다. 사과, 토마토, 표고버섯까지 재배를 하기도 했었다. 요즈음 시대로 말하면 미래에 투자를 하시는 앞서가는 농부셨다. 아빠가 이렇게까지 악착스럽게 일을 한 건 모두 자식들 잘 키우고 싶었던 부성애 때문이었다. 사랑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번 돈은 우리의 학비와 생활비로 사용되었고 부모님을 위해 쓴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너도 참 모자라다. 그 흔한 사랑 한다 말을 못 해서 평생 후회하며 살다니.
너희는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
(고린도전서 16:14)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라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 안에 거하시느니라
(요한일서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