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명절을 달리 보내다.

전은 부치지 않아요.

by 올망

나의 어린 시절, 엄마는 명절에 늘 전을 부쳤다.

장손인 아빠는, 작은 아버지 뿐 아니라 살아계시는 할머니까지 우리 집으로 모셨다. 우리가 할머니 댁으로 가는 대안은 없었다. 할머니가 고모의 아이들을 봐주시느라 고모와 살고 계셨기 때문이다.

같은 도시에 살지만 저녁 식사 직전에 도착하는 작은 아버지는 잡채가 설익었니, 국이 짜니, 갈비가 양념이 덜 재워졌니를 따졌다. 물론 작은 어머니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으니 엄마에게 하는 소리였다. 할머니는 침묵으로 동의했다.

명절날 아침상을 다 드시고 나면, 설거질랑 뒤로 하고 일찌감치 작은 어머니의 친정으로 떠난다.

엄마는 그렇게 설거지를 묵묵히 하고, 다시 고모들을 접대할 상을 차린다. 원래 할머니는 고모댁으로 돌아가는 대신 고모들을 불러 식사를 같이 하시는 것이다. 고모들은 저녁을 먹고도 떠날 생각이 없다. 이불 핑계로 겨우 저녁에나 떠난다. 물론 내용은 내내 자기들 시누이 욕이다.


그렇게 엄마의 명절은 다음 날이나 되야 시작한다.

그리고 아빠는 힘이 들어서 못가겟다며 구시렁 된다.

나의 명절은 그런 기억들 뿐이다.


그런 엄마는, 너때는 여자들도 독립적이어야 하니 꼭 직장을 계속 다니라고 했다. 엄마는 내가 결혼한 뒤에는 매 명절 즈음에는 전화해 시댁에 잘하라고 했다. 용돈은 챙겼는지, 음식을 잘해가는지 확인했다.

마치 시댁에서 예쁨받지 않으면 내 존재가치가 없는 것처럼.


시집살이에 질려서 매번 나에게 푸념하던 엄마와

지금 내게 잔소리를 하는 엄마의 인격은 제각각이다.


엄마는 시댁에서 예쁨받았다면 지금과 다른 삶이었을거라고 상상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내가 어디서나 예쁨받길 바라는 걸까.


어느쪽이둔 종국적으로 내 평안함을 위해 바라는 것일테지만,

평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이것 뿐이 아니라는 것은 모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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