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한번에 하나씩

서운한 양쪽

by 올망

내 거주지와 시댁과 친정을 모두 들리는 것은 한반도 횡단 수준의 일이다. 명절의 60퍼센트를 차에서 보낸 결혼 후 첫 명절에 이 일을 더이상 해내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양가에 한 명절에 한 곳씩만 방문하겠다고 해두었다.


허락이랄 건 없었다. 남편은 명절 중 한번은 당직을 서야 했고, 그 당직 서는 기간에 남편 회사에서 가까운 친정에서 출퇴근하기로 한 것이다. 어찌보면, 친정에는 나 혼자 가는 셈이다.


그래서 남편은 오히려 일하지 않는 명절에 모두 방문하기를 원했다. 보수적인 남편은 매사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랬다. 결혼 전에도 집에서 살림을 했던 나는, 그렇게 했다가는 명절 내내 양가에서 살림을 해야 했다.


엄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사위가 집에 간다고 해서 음식을 대접할 기운도 없고, 그렇다고 사위에게 음식을 시킬 요량도 없고, 딸이 하는 꼴이 마음이 편하지도 않은 나의 엄마는, 그렇게 타협했다.

나만 가면 엄마는 조금이나마 살림을 해야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니.


대신 체면은 안섰던 모양이다.

가까운 사촌동생이 남편을 데리고 왔다며, 그렇게 엄마 친구 딸처럼 자랑을 해대었다.



시댁도 내심, 아들이 일하더라도 며느리라도 혼자 내려오기를 은근히 바라셨다. 결혼하지 않은 딸, 나보다 나이가 많은 당신의 딸도 기차표가 없다고 안 내려오는 것을.


하지만, 당신들의 체면을 위해 내 귀한 시간을 내어드리고 싶지는 않다.

한 번이지만 갈 때마다, 그 근방 국토순방이라도 하고 있으니. 내 소중한 시간과 그분들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즐겁게 뇌리에 박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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