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호 Oct 09. 2017

DEEP WORK

칼 뉴포트.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2017년 추석, 긴 연휴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세 가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소설책을 한 권 읽는다.  

비소설을 한 권 읽는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요리를 하나 해본다.


비소설로 꼽은 책은 칼 뉴포트의 DEEP WORK이다. 머리말에 보면, 벤이라는 경제학 전공의 컨설턴트가 딥 워크의 시간을 갖고, 개발자로 커리어를 바꾼 케이스가 소개된다. 


벤은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일하던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항상 인터넷에 들어갔고, 이메일을 확인했어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충동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그는 몰입하지 못하는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서 상사가 맡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맡은 일은 사업 계획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경험이 없는 그는 다섯 개의 기존 사업 계획을 읽고 대조해서 방법을 알아내기로 했다. 좋은 생각이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집중할 수가 없었다. 벤은 당시의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 서핑에 썼다고 인정했다. 결국 두각을 드러낼 기회였던 사업 계획 작성 업무는 실패로 돌아갔다.


코딩을 배우기로 결심한 사람이 컴퓨터 없이 책을 위주로 두 달 동안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놀랍지만, 인상적인 부분은 위 부분이었다. 이메일을 확인했고, 멈출 수가 없었고, 충동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gmail의 새 메일 알림 표시 


딱 내 이야기가 아닌가! Product manager로 살면서 이메일 확인을 늦게 하고, 답장이 늦는 건 마치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상대방은 나의 의사결정을 기다릴 때가 많고, 나는 그것에 항상 최대한 빠르게 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벽 3시에 온 이메일에 핸드폰 라이트에 깨서 답장을 할 때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평소엔 크롬에서 항상 왼쪽 탭에 gmail을 열어두고 숫자가 적혀 있으면 바로바로 확인한다. 알림의 숫자를 지우면, 마치 GTD에서 말하는 것처럼 Task 하나를 Done으로 옮긴 기분이라 성취감을 준다. 그리고 알림의 숫자가 떠있으면 불안감도 가지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탭에 떠 있는 저 3이라는 숫자가 눈에 거슬린다. 단순히 해외 사이트에서 온 newsletter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몇 가지 내용을 옮기며 의견을 적어본다. 


몰입과 집중을 방해하는 세상, 산만한 회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직장에서 수용되는 산만한 행동의 경우 지금은 도처에 존재하는 상시 접속 문화 culture of connectivity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이 문화에 따라 사람들은 이메일을 빨리 읽고 답해야 한다. 이 주제로 연구한 레슬리 펄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사 대상 전문가들이 한 시간 안에 모든 이메일에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에 사무실 밖에서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주당 약 20-25시간을 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처럼 당신도 빠르게 돌아가는 기업계에서는 이런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흥미로운 대목은 지금부터다. 펄로는 이 주장을 검증했다. 구체적으로는 업무강도가 높고 상시 접속 문화가 자리 잡은 BCG의 임원을 설득하여 한 팀의 업무 습관을 바꿔 보았다. 그녀는 상시 접속이 업무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고 싶었다. 그래서 각 팀원들이 일주일에 하루 동안 회사 안팎으로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도록 강제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 팀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 대신 팀원들은 일에서 더 많은 즐거움을 누렸고, 팀원 사이의 의사소통이 개선되었으며, 더 많이 배웠고 가장 중요하게는 “고객에게 더 나은 결과물을 제공했다.”
… 최소 저항의 원칙(기업 환경에서 여러 행동들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드러내는 정보가 없을 때 현재 가장 쉬운 행동을 취하는 경향)에 따르면 상시 접속 문화가 지속되는 이유는 쉽기 때문이다. 이 말이 옳은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필요에 대한 응답성과 관련된다. 필요할 때 질문에 대한 답이나 특정한 정보를 즉시 얻을 수 있다면 적어도 그 순간에는 일이 수월해진다. 이처럼 빠른 응답을 얻지 못하면 사전에 업무를 계획해야 하고, 더욱 조직적이어야 하며, 필요한 대상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일을 제쳐 두고 다른 곳에 주의를 돌릴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은 일상적인 업무를 더 어렵게 한다. … 두 번째 이유는 쌓여 가는 이메일에 신속하게 답신을 보내면서 생산성에 만족으로 느끼는 가운데 수신함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이 용인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메일을 일과의 주변부로 옮기려면 어떤 일을 얼마나 오래 해야 할지 파악하는 세심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어렵다.
… 가령 정기적으로 여는 흔한 프로젝트 회의를 생각해 보라. 이런 회의들은 일과 중에 초점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할 지경으로 쌓여 간다. 그런데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시적인 회의는 일과를 조직하는 간단한 (그러나 우둔한)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시간과 업무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열리는 회의를 위해 행동을 취하고 더욱 일반적으로 업무 지행 과정을 보여주기용으로 만들어 선보인다. 

위의 내용에 내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점이 여기 다 담겨 있다. gmail, slack, trello, jira  같은 업무 툴들의 각종 모바일, 웹 알람들은 (업무와 관련한 모든 알람, 서버에서 일어나는 일들 뿐만 아니라 고객 문의까지 slack으로 쏘고 있다) 마치 실시간에 가깝게 전달되어야 하는 존재들로 인식되고 있다. 알람을 해둔 채널과 해두지 않은 채널이 분명 존재하지만, 알람을 해두지 않은 채널들도 하루에 세네 번은 확인하고 있으며, 내가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기대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분주함이 과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업무 환경, culture of connectivity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이 업무 환경은 마치 다른 사람들과 계속 회의를 하면서 내 업무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딥 워크를 위한 4DX 방법론

딥 워크를 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책에서는 장소, 시간, 작업 방식 등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성과를 내고 싶으면 실행하라”의 4가지 원칙을 딥 워크에 맞게 변경하여 소개하였다. 


원칙 1. 가장 중요한 목표를 수립하라. 

더 많이 할수록 더 적게 이룬다. 그래서 저자들은 소수의 가장 중요한 목표에 실행력을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단순성은 조직의 에너지를 집중하여 진정한 성과를 촉발하도록 돕는다. 


원칙 2. 목표를 위해 딥 워크에 들인 시간을 지표로 삼아라. 

후행 척도는 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대상을 다룬다. 가령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는 제과점의 경우 후행 척도는 고객 만족도 점수다. 후행 척도의 문제점은 바꾸기에 너무 늦은 시점에 주어진다는 것이다. … 딥 워크에 집중하려는 개인은 선행 척도를 파악하기 쉽다. 바로 중요한 목표를 위해 딥 워크를 하는 데 들인 시간의 양이다. 


원칙 3. 딥 워크에 들인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라. 

원칙 4.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만들어라. 


Google의 OKRs와도 거의 비슷한 구조이다. 중요한 목표를 잡고, 해당 목표를 어떻게든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동일하다. 그리고 그걸 리뷰하는 자리를 만들라는 것. 문제점을 인식하고 난 다음 실행하는 건 훨씬 어렵고, 실행하는 방법론들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기존의 업무 패턴을 깨기 위해서 집중하고, 그 바꾼 업무 패턴의 성과를 눈으로, 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일과가 끝나면 일에 신경을 꺼라  

무료함을 받아들여라  

생산적인 명상 훈련  

소셜미디어를 끊어라  

재미를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마라  

피상적인 작업을 차단하라  

하루의 계획을 분 단위로 세워라 (생활계획표냐…) 

연락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라


바쁘게 살고 있는데, 딱히 성과가 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 읽고 난 넷플릭스를 해지했고, 아이폰에 설치되어 있는 앱 중에 4개를 지웠고, 각종 notification을 껐다. gmail의 새 메일 알림 숫자는 아직 끄지 않았는데, 곧 끌 예정 (심적으로 가장 어렵다). 


기타 추천 링크   

The Science of Single-Tasking: How Focus Unlocks Extreme Productivity 

뽀모도로 기법 -25분 일하고 5분 쉬 고를 반복하는 방법론

stay focused - nuclear 기능을 실행하면 허락된 웹사이트 외에 나머지 웹사이트들을 지정된 시간 동안 다 막음

xTab - 브라우저의 탭을 일정 기간 동안 1개만 사용할 수 있게 함 

작가의 이전글 로버트 쉴러, 새로운 금융시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