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0장 13절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신광야 한복판, 커다란 반석이 지팡이를 올려다보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조금만 더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 왜 화를 참지 못하고 나를 두 번이나 때려서는…”
지팡이도 고개를 푹 숙이며 안타깝게 중얼거렸어요.
“휴… 내가 쉽게 들지 못하도록 조금 더 힘을 줬어야 했는데. 사실 모세가 그렇게 힘이 세진 않았거든. 근데 그날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어. 너무 화가 났던 거지…”
반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사실 그럴 만도 했어. 사람들이 물이 없다며 모세와 아론에게 막 소리치고, ‘차라리 예전에 죽는 게 나았지!’라며 난리를 쳤잖아. 정말 어이가 없더라.”
“응, 이집트에서는 노예로 살면서 괴로워하더니, 이제 와서 그때가 낫다고 하니… 모세도 참을 만큼 참다가 그만…”
지팡이는 과거를 떠올리듯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그래도 난 처음엔 안심했어. 모세와 아론이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바로 성막 앞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했거든.”
“맞아. 그때 하나님께서 아주 분명하게 방법을 알려주셨어. 사람들 앞에서 반석에게 말만 하라고 하셨지. 그러면 물이 나올 테니까, 사람들과 짐승들이 다 마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단 말이야.”
“아, 말만 하면 됐던 거구나… 그런데 왜 날 때린 걸까?” 반석은 아픈 듯 이마를 매만지며 물었어요.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냥 말만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를 꼭 쥐더니… 그 순간 모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손에서 느껴졌어. 늘 온유하던 모세였는데… 이상했어.”
“그때 뭐라고 했는데?”
“‘우리가 이 반석에서 너희를 위해 물을 내랴?’라고 했지.”
“에이, 물은 하나님이 내시는 건데…?”
“그래. 나도 그 말을 듣고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어. 그리고 그 순간—퍽! 나를 들고… 내려쳤지. 그것도 두 번이나!”
지팡이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아팠어… 진짜 아팠어. 근데 갑자기 시원한 물이 콸콸 나오는 거야.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사람들도 짐승들도 와서 후루룩 마시는데, 아픈 줄도 몰랐다니까.”
반석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조금 웃었어요.
“나도 그때 ‘아, 하나님이 그냥 넘어가시는 건가 보다’ 했지. 내가 제대로 명령도 못 들었는데 물이 나왔으니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지팡이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어요. “그다음에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을 때,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그 물 중 절반은 아마 내 눈물이었을 거야.”
반석은 조용히 말을 이었어요. “하나님께서 그러셨어. 모세와 아론, 두 사람 다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나도 그 말 듣고 힘이 쭉 빠졌어. 우리도 이런데, 그 둘은 어땠을까…”
“하나님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분노로 하나님의 거룩함을 가리지 못했으니… 뭐라 말할 수도 없더라.”
“그 땅… 그 약속의 땅에 얼마나 가고 싶어 했을 텐데…”
두 친구는 한참 동안 말없이 바람에 흔들렸어요. 그저 조용히,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있었지요.
마침내 반석이 나지막이 말했어요.
“결국… 므리바, 다툼의 자리에서 남은 건, 상처와 눈물뿐이었네…”
그리고 그날의 햇살 아래, 반석 위로 한 줄기 맑은 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답니다.
민수기 20장 13절-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와 다투었으므로 이를 므리바 물이라 하니라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