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 협력이 미 해군의 위기를 구출할 수 있을까
미국 해군이 믿었던 철갑 방패가 녹슬고 있다. 미 해군의 핵심 전력 축인 구축함, 호위함, 연안전투함(LCS)이 하나같이 건조 지연, 설계 실패, 작전 불능 문제에 빠지며 전력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포드급 항공모함(CVN-79 존 F. 케네디)는 2년 이상 지연,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3년 가까운 지연, 컬럼비아급 전략 핵잠수함은 12~16개월 지연 상태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미래 수상전력의 3대 축—구축함, 호위함, 연안전투함—이 모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은 지금도 해군의 주력이지만, 생산성과 정비성은 한계에 달했고, 차세대 DDG(X)는 개념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술적 난관과 예산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컨스텔레이션급 유도 미사일 호위함(FFG-62)은 당초 ‘빠르고 저렴한 대안’으로 추진되었으나, 건조 초기부터 계약 지연, 자재 부족, 설계 미완성 문제가 겹치며 3년 이상 납기 지연이 발생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연안전투함(LCS)이다. ‘해양의 스텔스 전사’를 표방하며 등장했던 LCS는 선체 균열, 추진 시스템 고장, 무장 오류 등으로 작전 배치조차 되지 못한 채 조기 퇴역 중이며, 일부는 실전 투입조차 못한 상태로 해체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해군은 2025년까지 313척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287척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수상 전력의 양적 감축뿐 아니라 질적 저하까지 동반하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반면 중국은 같은 시기 395척, 2035년에는 475척의 전투함을 보유할 계획이며, 조선 역량에서도 230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 해군은 해상 패권을 넘어 지정학적 영향력 자체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위기의 돌파구는 의외로 태평양 건너편, 한국에 존재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조선 강국이며, 기술력과 생산 효율성 모두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는 세계 수출량의 74%를 점유하고 있다. 이 같은 첨단 건조 능력은 군함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독자 설계 잠수함, 그리고 미국 이지스 시스템과의 통합은 한국 해군이 미국의 무기 시스템과 기술 협력에 있어 얼마나 높은 상호운용성을 갖췄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해군 장관 카를로스 델 토로가 한국의 조선 기술을 “빠르고 경제적”이라 평가한 이유다.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2024년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과 유지보수(MRO) 계약을 체결하며, 미 7함대 지원함에 대한 정기 오버홀 작업을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와 협력하여 디지털 트윈 및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조선소 시스템을 미국 조선소에 도입하고 있으며, 에디슨 추스트 오프쇼어(ECO)와는 LNG 이중 연료 선박의 공동 건조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의 선체 블록이 미국으로 운송돼 현지에서 최종 조립되는 ‘모듈식 건조’ 방식은 조선 인프라와 숙련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에게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산업적 상생을 넘어,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미국의 ‘조선 재건 프로젝트(MASGA)’는 무려 1,500억 달러 규모의 산업 재정비 계획이다. 한국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기술이전·투자·공급망 재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약속을 미국에 제공했다. 그 대가로, 한국은 당초 25%에 달하던 미국의 조선 관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는 무역 협상에서 산업 역량이 얼마나 강력한 외교 지렛대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치적으로도 이 협력은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 레이스에 복귀하며 미국 제조업 재건을 외교 및 안보 전략과 결합시키는 구상을 내세우는 가운데, 조선업은 ‘중국 해양 패권’에 맞설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은 트럼프식 산업 정책에도, 민주당식 다자 안보 전략에도 모두 적합한 모양새다. 경제와 안보가 동시에 관철되는 보기 드문 정책 사례다.
미 해군의 함정이 항구에 묶여 있는 동안, 중국은 항모와 구축함을 속도감 있게 진수하며 해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 속도전에서 미국은 이제 동맹국의 도움 없이는 싸움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러나 단순한 위임이 아닌, 상호보완적이고 전략적으로 정렬된 협력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한국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다. 한미 조선 협력은 단지 함정을 함께 만드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지정학적 균형을 조율하는 동맹의 증거다. 그리고 이 동맹이 진정한 ‘해상력’을 갖추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