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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성 Mar 28. 2021

골목길, 민들레

골목길, 민들레


빼곡하게 삶의 모서리들 품은 하늘도 보고 

바람의 발자국 어지럽게 널린 땅도 보며

그리움만큼 비스듬히 기울어진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철물점, 미장원, 국밥집, 옷가게의 빛바랜 어지러운 간판들 사이

골목길 구석구석을 만지작이며 밋밋한 바람이 불어갔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하루, 이틀, 

일년, 이년,

먼지 자욱한 파란 철대문 옆 문간방 

빛바랜 사각의 창문틀 안에 담겨있는 풍경처럼 

마음 한켠 감겨있던 네가 흐릿하게 지워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오늘은 습관이 되어버린 은밀한 기억 무겁게 어깨에 걸치고 

그 흔적 더듬고 있다


보고픈 만큼 길고 길게 늘어진 체념을 담은 

먼 길 떠돌던 곤한 바람에 떠밀리어 내 그림자 끝이 닿은 곳,

갈라진 시멘트 바닥 틈새로 씨앗을 가득히 머금은     

민들레 한 송이 이제 지려하고 있다

작은 흔들림에도 흩어져 버릴 듯한 뽀송한 홀씨들

나의 마음인 듯 너의 마음인 듯


가는 바람 한 줄기에도 딴 세상 가서 뿌리를 내릴

너의 알 수 없는 그런 모습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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