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a Apr 14. 2024

행복해서 달립니다

달리기와 행복의 상관관계 

리아. 나도 최근에 달리기를 시작했어. 달리는 네 모습은 큰 자극이 돼! Keep going! 

파울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녀는 베를린, 나는 서울에 있지만 우리의 달리기 과정은 끊임없이 공유되고 

서로를 북돋우는 메시지가 오간다. 


네가 달리는 사진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져. 너무 기쁘다 리아.

한 달에 한 번씩 도쿄에서 걸려오는 마사의 전화. 혹독했던 나의 겨울을 아는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

.

요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달리기이다. 그도 그럴게,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온통 달리기에 관한 것들이 업로드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너 요즘 러닝하더라?로 시작해서 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됐는지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맞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요즘의 나는 행복한 러너 그 자체. 아무리 숨이 차도, 다리가 아파와도 달리기는 결국 나를 웃음 짓게 만든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기분 좋은 기대감, 달릴 때 숨이 벅차오르는 느낌, 그리고 달리고 나서 몰려오는 뿌듯함 같은 것들이 달리기= 행복이라는 공식을 완성시킨다.


겨우내 한 곳에 매몰되어 있던 생각들이 달리기를 시작하며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고, 그건 모든 방면에서 긍정적인 나비효과였다. 무력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몸과 마음. 그런 스스로가 싫어서 한동안은 친구들과의 만남에도 거리를 두었던 시간들..


간절했던 마음만큼, 더욱 잘 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만큼 나는 열심히 출석도장을 찍었다. 몰입할 대상이 생겼다는 것, 같은 취미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큰 환기가 되었다. 덕분에 내 이름 앞에는 '근성'이라는 명사가 붙었다. 이름도 얼굴도 잘 몰랐던 크루원 분들이 내게 근성 OO님 아니냐며 말을 걸었을 때, 부끄러웠지만 그 별명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

.

.

크루원분들 중에는 나보다 더 꾸준한 분들도, 잘 달리는 분들도 많다. 어느 날, 달리기에 누구보다 진심인 것 같은 A님께 이런 질문을 했었다. 왜 그렇게 달리기에 진심이세요?  스스로 큰 의미를 두고 시작한 달리기인 만큼 나보다 더 꾸준히 잘 달리는 분들의 마음이 알고 싶어서 한 질문이었다. 내심 그런 분들은 나보다 더 대단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행복해서요. 행복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막상 그의 대답을 들었을 때 허무하기보다는 웃음이 났던 것 같다. 

같은 이유구나. 달리면 행복하다는 거. 달릴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겁다는 거.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나는 조금 더 많이 웃는다.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살면서 찾아오는 행복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리면서 마주치는 풍경과, 햇살, 공기.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대화, 건강한 몸과 마음 같은 것들. 

.

.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달린다. 행복하니까. 행복하기 위해서. 















이전 04화 왜 저렇게까지 달리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