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영리한 조류
사격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사격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고정 표적을 쏘는 라이플 (rifle)과 움직이는 목표물을 쏘는 클레이 (clay)로 나뉩니다. 총은 살상용 무기가 될 수도 있어 사냥이나 전투기술 등과 연관되어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행사를 치를 때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사교모임이 있습니다. 바로 사격장에 가는 것인데요 국내에서는 화성에 경기도종합사격장, 대구와 창원에 국제사격장이 있어 VIP 손님들을 단체로 모시기에 좋았습니다. 긴장과 집중력을 요하면서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지라 동호회에서 오랫동안 단련해 왔습니다. 야외에서 열리는 클레이종목은 쌍대엽총으로 날아가는 클레이 피전 (clay pigeon)을 겨냥합니다. 크게 소리를 내면 전면의 음성 센서가 반응해서 원반이 자동 발사됩니다. 처음에는 옆에서 코치님이 원반을 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더군요.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진짜 비둘기를 날리던 때가 있었는데, 경기장이 피와 깃털 범벅이 되고 사체가 머리 위로 떨어졌겠죠. 잔인하다 각성했는지 그 후 콜타르와 석회로 만든 오렌지컬러의 원반으로 대체됩니다. 쏠 때마다 원반이 부서지니 과녁을 쏘는 라이플보다 비용이 더 듭니다.
이집트, 중국, 터키,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비둘기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더러운 비둘기를 떠올리면 곤란합니다. 토사물과 오폐수를 섭취하고 매연과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오염물이 쌓인 도시의 비둘기는 함부로 잡아먹으면 안 됩니다. 식용으로 사육된 비둘기는 고소하고 매우 쫄깃쫄깃합니다. 미슐랭 투스타 파인다이닝에서 먹었으니 서민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식문화가 낯설었지만 조심스레 한 입을 맛보면서 예의를 갖춰 즐겼습니다. 비둘기구이는 북경오리 정도의 개념이라 거부감도 없고 닭보다 9배나 영양가 높습니다. 지중해 지역에서 즐겨 먹는 찜이나 스튜 형태의 보양식요리는 비둘기 입문용으로 좋습니다. 산비둘기 (멧비둘기)는 한 달에 2개, 사육 비둘기는 한 달에 6개까지 알을 낳기에 매일 알을 낳는 닭보다 고급 식자재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식자재이긴 합니다.
비둘기도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흑비둘기는 울릉도와 독도에서 발견되며 흑구 (黑鳩)로 불립니다. 야생비둘기 중에 덩치가 큰 편으로 검은 깃털 바탕에 목 주변으로 녹색과 보랏빛 엘레강스한 광채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한눈에 보아도 기품 있어 보이지요.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토종 낭비둘기 (양비둘기, 굴비둘기)는 도심의 무법자 집비둘기와 비슷한 회색빛이라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자세히 보면 목 주위에 녹색과 보랏빛 윤기가 보이는데, 저는 이 지점에서 조류 트라우마에 빠질 것 같습니다. 번식력이 왕성한 집비둘기와 이종교배가 되면 잡종이 되어버리기에 순종의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에 도브 (dove)와 피젼 (pigeon) 두 가지 단어가 있는데 다른 비둘기 종을 구분한다기보다는, 독일어 (taube)와 프랑스어 (pigeon)에서 왔다는 학설이 일반적입니다.
고스톱으로 알려진 화투에도 조수가 등장합니다. 치매예방에 좋다고 해 명절에 어르신들이 하시는데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치고 있습니다. 화투는 16세기 중반 포르투갈 상인이 '카르타 (carta)'를 일본에 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수렵을 기반으로 한 12달을 담은 48장으로 발전시켜 '하나후다 (はなふだ)'의 체계를 만듭니다. 이것이 조선시대 17세기 중엽 통신사를 통해 한국으로 전해지면서 화투로 정착되었습니다. 1월에는 소나무와 학이 보이고 2월에는 매화가지에 꾀꼬리가 한 마리 앉아 있네요. 4월에는 등나무와 비둘기가 있고, 7월에는 갑자기 싸리나무와 멧돼지가 나와 흥미로웠지요. 8월에는 보름달과 기러기 세 마리가 등장하고 10월에는 단풍과 사슴이 아름답습니다. 11월에는 봉황이라고 우기는 닭이 숨어있고 12월에는 강남에 갔던 제비가 등장합니다. 한국의 음력과 절기상의 차이는 있었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아열대화로 점차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었고 혐오의 대명사로 낙인찍힌 비둘기의 시작은 과연 어디서부터였을까요. 성경에 비둘기는 노아의 방주에서 날려져 육지에서 감람나무 가지를 물고 나타난다거나 눈부신 성령을 묘사하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고대올림픽부터 널리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86 아시안게임이나 88 서울올림픽 등 주요 행사의 개막식에 각각 삼 천 마리씩 공중으로 날렸다고 전해집니다. 멋지게 비둘기를 방생할 때는 좋았는데 날아가버린 비둘기를 어떻게 컨트롤할지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지요. 비둘기는 텃새인지라 도시에 둥지를 틀고 대대적으로 번식해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면서 잡식성으로 거듭났습니다. 배설물로 자동차, 건물을 부식시키고 악취와 위생문제도 심각해졌고요. <빈센조>를 보면 비둘기친구 '인자기'가 등장합니다. 비둘기의 귀소본능과 뛰어난 통신능력으로 훈련이 가능했기에, 오래전부터 장거리통신병이자 군용 무기로서의 역할도 했습니다. 먹이를 주거나 공격하는 사람을 구분하고 기억한다니 함부로 하면 곤란해질 것 같습니다. 원숭이, 침팬지 등 영장류에 비교될 정도의 높은 지능을 가졌다니 집비둘기를 미래의 용병으로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