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미라마비치
에어비앤비 근처에 바닷가가 있어서 매일 놀이를 나간다.
하루가 다르게 검게 그을리고 있는 몸을 보면서 하루정도는 쉬고 싶은데
아이는 막무가내이다. 파도가 꽤 높은 바다인데도 아이는 마냥 신나 한다.
파도놀이가 시들해지면 모래를 쌓아서 논다. 자기만의 성도 만들고 둑도 만들어서 논다.
어제는 옆에 조금 어린 남자애가 같이 놀았다. 말이 안 통해서인지 낯설어서인지
같이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 애도 우리 애랑 노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쪽도 엄마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애랑 조금 놀아주더니 모래사장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겼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를 바라보며 긴장하고 있는 사람은 나하나뿐인듯했다.
파도가 좀 높기는 해도 물놀이를 즐기기에 아주 위험한 상황은 아닌데도
나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다. 먼 타국에서 나 혼자 애를 보고 있다는 상황 때문인지,
나든 아이든 다치면 큰일이라는 위기감 때문인지, 매사가 너무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주변에 놀러 온 사람들은 모두가 여유롭다.
쌍둥이인듯한 손자 둘을 데리고 온 할아버지는 아이들과 함께 가상의 놀이를 하면서 즐겁고,
혼자 태닝을 하러 온 아주머니는 모래사장에 천을 깔아놓고 우아하게 햇살을 즐기고 계시며,
이미 새까맣게 그을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을 즐기고 있는 커플들,
어린이집에서 체험을 나온듯한 아이들과 선생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를 바라보면 생각했다.
'뭐가 문제인가.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만이 있을 뿐.
나와 아이는 지금 행복하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 순간 내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즐거워하는 아이가 있고 따스한 태양이 있고
주위의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나는 한동안 이런 평화를 누릴 예정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긴장을 떨쳐버리기로 했다. 긴장할 이유가 없으니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온몸에 힘을 빼고 지금 이 순간에 온몸을 맡기면 되는 것이다. 파도를 타듯이.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지금의 이 상태가 완벽한 행복이라고 느껴졌다.
바다는 나에게 늘 이런 느낌을 준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오늘도 나는 바다에 갈 것 같다.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미 오후 일정을 예약했다.
살면서 이처럼 바다를 즐겨볼 날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냥 아이의 바람에 맞춰서 이날들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