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딸의 선물에서 마음 알아차리기 1

내가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이유는

by lisiantak

내 나이 38살에 딸아이를 낳았다. 세상에 나올 때 딸의 몸무게는 3.3kg으로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딸의 외할머니 표현에 의하면)이었다. 15살, 예쁘게 자란 딸로부터 2019년 어버이날에 감동의 선물을 받았다. '내가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이유는'이라는 책을 사서 빈칸을 채워 완성한 선물이었다. 어버이날에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고 만들어 준 선물이었다. 어버이날이면 꽃을 선물하던 예년과는 색다른 선물이었다. 맨 뒷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2019년도 어버이날을 맞아 15살까지 엄마 아빠와 살아오며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 봤어요. 학교 수련회 날이 겹쳐 어버이날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지 못하여 아쉽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제 마음을 꼭 전달받으시길 바라요. 아직 서툴고 못난 딸이지만 예쁘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엄마 아빠가 내 엄마 아빠여서 행복해요! 언제나 늘 이 세상 끝까지 영원토록 사랑해요∼♡'

며칠 전부터 몰래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 선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이 지나서 다시 책꽂이에서 꺼내 보았다. 다시 보아도 마음이 뭉클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자세히 보았다. 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읽어 보았다.

-아직도 귓가에 선한 엄마 아빠의 노래는? 아빠가 색소폰 연주하실 때, 엄마가 '아르르르' 연습할 때.
-부모님과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스위스에 아빠도 함께 다시 가고 싶어요.
-우리 집의 어떤 소리와 냄새가 좋은가? 부모님의 웃음소리, 프라이팬에서 뭔가 구워지는 소리, 아침에 틀어졌던 찬양소리
-부모님께 가장 기대고 싶었을 때는?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싸웠을 때
-부모님께 가장 큰 고마움을 느꼈던 때는? 말했던 거 잊지 않고 챙겨주실 때
-가장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을 때는? 돈 부족한 거 모르고 비싼 거 샀다가 나중에 알았을 때, 나 때문에 부모님이나 가족끼리 싸울 때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어떤 일을 할 때 특히 즐겁고 신이 나는가? 야식 시켜먹기, 같이 영화보기

딸의 마음을 아빠로서 너무 몰랐다. 부끄럽기 그지없다. 자기 마음 알아 달라고 적어서 주었는데 나는 건성으로 읽고 말았던 것이다. 색소폰 연주는 몇 년 전 딸의 외할머니 생신 때 한 번 했을 뿐이다. 그것을 뇌의 기억 장치에 저장하고 있었다. 딸을 위해서 연주해 준다면 더없이 좋아할 텐데. 생각이 깊어진다. 베란다 한 구석에 처박혀 있은 색소폰을 다시 꺼내야 할까?

직장 때문에 유럽 여행은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행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왕따가 된 듯한 느낌이다.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스위스를 같이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생각이 참 예쁘다. 이런 마음을 들여다볼 때면 딸의 사춘기가 의심스럽다. 아직 사춘기가 아닌가? 이미 지난 것인가? 초등학교 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중학생이 되어도 절대 변하지 않을게요" 나는 중2병이 무서워서 중학생이 돼도 지금처럼 예쁘게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늘 전했던 것이다.

요즘은 많이 웃어주지 못했나 돌이켜 본다. 집에서 나는 웃음소리가 딸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모양이다. 당연한 말을 왜 하고 있는 걸까? 우리 가족 온도 36.5℃ 유지를 위해 더 웃어야겠다. 따뜻한 온기가 차가운 사춘기의 공기를 데워 줄 거니까. 딸이 선물한 책에서 그 마음을 읽어보면 너무나 사소한 것에서 행복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마움도, 죄송함도 느낄 줄 안다. 전두엽이 완성된 듯.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보다 선함과 악함이 결정되는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부모의 따뜻한 사랑으로 터치하면 선한 성격이 드러난다. 부정적 행동으로 터치하면 보다 악한 성격이 드러난다. 부모의 사랑으로 마음 터치하면 사랑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그러나 부정적 언행으로 마음 터치하게 되면 자녀와의 거리는 멀어진다.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소파에 앉아 있으면 딸은 옆으로 다가와서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댄다. 부모는 그렇게 기대고 싶은 대상인가 보다. 그럴 때는 가만히 있어준다. 그리고 딸의 마음과 교감해 본다. 나는 딸의 힘듬을 받쳐주는 든든한 기둥으로 옆에 있으리라. 딸의 마음에 찬 이슬이 내릴 때는 따뜻한 태양의 빛으로, 어둠 속을 지날 때는 달 빛과 별 빛이 되어 함께 해 주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