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미뤄봐야 결국 해야 한다
요즘 사무실 공간 계약이 다소 지연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마침 아이들은 방학이라 저 빼고는 다 행복합니다. 아내는 아이들 점심걱정 안 해도 되어서 행복하고, 아이들은 아빠가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니 행복합니다. 다만 저는 뭐.... 덕분에 정신이 없습니다.
명상을 이틀이나 빼먹었더군요. 하루인 줄 알았는데, 이틀이었습니다. ㅠㅠ
아이들이 점심저녁 다 집에서 먹으니 한 끼만 설거지를 안 해도 한가득 쌓입니다. 맘먹고 요리라도 하는 날엔 상당합니다. 며칠 전엔 밀린 설거지를 다 하고 소파에 앉으니 무려 1시간이 지났더군요. 여름이라 음식물쓰레기도 꼼꼼히 버려야 하고, 싱크대도 한번 깔끔하게 닦고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린 거였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한 가지 발견한 작은 법칙이 있습니다.
1) 한꺼번에 쌓아놓고 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하는 게 훨씬 쉽고 빠르다.
2) 지금 하기 싫다고 미뤄봐야 결국 더 많이 해야 한다.
3) 결과적으로 미리미리 해놓으면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4) 반대로 미뤄 놓을수록 늘 지저분한 상태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설거지를 누가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설거지는 밥을 먹는 이상 '어차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 그런데 위에 정리해 놓은 것처럼 하기 싫다고 미뤄놓으면 싱크대에 지저분하게 쌓여있어 기분이 상쾌하지 않습니다. 미리 하든 늦게 하든 반드시 쌓인 만큼 해야 합니다.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컵이나 깨끗이 먹는 그릇등은 그때그때 씻어놓으면 설거지거리가 애당초 생기지 않죠. 그런데 귀찮다고 쌓아놓으면 나중에 기름기 묻은 것들이나 손이 많이 가는 설거지감들이 추가로 쌓이면서 전체적으로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으로 변모합니다. 가볍게 그때그때 할 때는 그다지 힘들지 않지만, 많이 쌓인 것들을 한 번에 하려면 힘듭니다.
저는 설거지를 하면서, 종종 설거지가 쌓이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하는 경우마다 이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 삶에서 설거지처럼 어차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 미룸으로써 더 힘들고 스트레스받으면서 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죠.
어린 시절 방학 숙제가 그랬죠. 매일 잠깐씩 쓰면 간단한 일기도 개학전날 날씨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리를 짜내며 하려면 정말 힘들었죠.
조금 더 생각을 넓혀볼까요?
나이가 들어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볼 때 미리 안 해 놓으면 가장 후회될 일이 무엇일까요?
최인아 대표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까지 살면서 운동을 하지 않은 것과 글을 많이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운동과 글쓰기를 많이 안 할 것을 후회합니다. 지나고 보니 내 삶의 품격과 수준을 가장 확실하게 높여주는 2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은 육체적 건강과 성장을, 글쓰기는 정신적 건강과 성장을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 진작 해놓걸 하고 후회할 거라면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꼭 운동과 글쓰기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다음 주에 진행하는 일을 아직 시작도 못했다면 오늘 초안을 잡아보세요. 이달 안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이번주 내에 다 끝낸다는 마음으로 미리 해보세요.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모든 일을 미리미리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뤘다가 후회한 적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종종 미리미리 해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과 뿌듯함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죠.
설거지의 법칙 :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미리 해놓는 게 가장 좋다.
오늘 뭘 미리 해놓으면 제일 기분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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