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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Dec 03. 2023

#_사람과의 만남과 끌림

인연의 힘

얼마 전 수능을 마친 옛 제자 2명을 만나기로 한 날입니다. 둘 중 한 명하고만 연락을 하다가 몇 주 만에 시간을 잡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몇 년간 만난 적도 없고, 연락도 한번 안 했지만 늘 마음이 쓰이고, 다시 만나고 싶은 그런 친구들이었습니다. 처음 만날 때는 중학생이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21살 청년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은 친구들을 만나니 해줄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2시간이 훌쩍 흘러버렸습니다.

저와 연락하고 약속을 잡았던 친구는 제가 해주는 이야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습니다.

태어나서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자신의 편협했던 생각이 깨지는 기분 좋은 혼란을 경험하는 듯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이미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제가 언급하는 책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몇몇 책들은 이미 읽어본 책도 많았습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가르쳐줄게 많은 친구들임을 직감합니다.

독서강의를 배울 수 있도록 초대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다음 달에 입대를 하게 된 제자와는 군생활을 더욱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목표와 전략을 나눠봅니다.

다른 제자는 요즘 아르바이트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듯했는데요. 알바시간을 줄이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보통이라면 그저 어른의 잔소리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텐데, 고맙게도 둘 다 깊이 공감하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연관하여 생각하는 모습이 참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건너편의 카페로 가서 더 심도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어 봅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들도 공유해 주고, 지금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차피 그 나이에 소화할 수 있는 지식이나 통찰에 어느 정도의 한계는 분명 존재할 테니까 말이죠. 너무 앞서 가버리면 아무리 좋은 말도 지치게 한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때론 강하게 때론 조심스럽게 그들의 고민을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참 신기할 뿐입니다. 중간에 교회에서 아주 가끔씩 만나기는 했지만, 거의 만나지 못했고, 따로 연락도 못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 이렇게 깊이 각자의 고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말이죠. 만날 사람, 이어질 사람들은 결국 서로의 끌림에 의해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11시 20분에 만났는데 거의 4시간이 흘렀습니다. 3시가 넘자 각자 이후 일정들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어나야 했습니다. 다음 달에 군대 가는 친구 입대일 전에 또 한 번 식사하는 약속을 잡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카페를 나오는 길에 갑자기 누군가 낯익은 사람이 저를 바라봤고, 저도 무심코 눈을 마주쳤는데, 독서강의에서 만났던 반가운 분을 또 한 명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이유 없이 끌리고 반가웠던 사람이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분인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만난 것이죠.


"어? 대원쌤~ 안녕하세요? 어긴 어쩐 일이세요??"

"와~ OO쌤~ 오랜만이에요~ 저는 제자들이랑 밥 먹고 카페 왔다가 가는 길이에요"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만나고 연락한 지 2년이 넘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딱 만난 거죠.

짧게 안부를 묻고 반갑게 인사만 나눈 뒤 조만간 따로 보기로 하고 이동했는데, 진짜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사람과의 만남과 끌림은 정말이지 알 수도 없고, 예측하기도 어렵지만, 분명히 운명처럼 연결되는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을 대체로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이유 없이 더 좋은 사람이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나는 삶의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습니다.


제자들을 배웅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관계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반가운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나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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