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제일 중요한 약속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질 순간들
오늘은 무슨 일인지 아빠 회사 가지 말고 집에서 일하라고 딸아이가 부탁합니다.
아이들이 좀 크고부터는 아무도 없는 집에 먼저 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직 싫은 모양입니다.
오늘은 집에 있으면서 잠시 오전오후 한 번씩 잠깐 일 보러 나갔다가 4시 반에 부리나케 귀가합니다.
어찌 알고 딸의 문자가 옵니다.
'뺘뱌 어디얌?'
'응, 집에 가는중'
'있다가 학원마치면 데리러 와~'
'응 마치면 전화해~'
일찍 온 보람이 있습니다. 다른 일들보다 제일 중요한 약속입니다. 그동안 바쁘다고 아이들을 챙기지 못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집니다.
6시 반에 마친다던 녀석이 5시 반에 연락이 왔습니다. 문제를 잘 풀어서 일찍 마쳤다네요.
우산을 챙겨서 딸을 데리러 갑니다. 다행히 비는 그친 모양입니다. 가는 동안에도 통화해야 한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길모퉁이를 돌고 나니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얼른 숨으려는 딸이 보입니다. 매일 보는데도 뭐가 그리 반가운지. 저도 모르게 방긋 웃으며 걸음을 재촉합니다.
딸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늘 들었다던 무서운 귀신이야기를 해줍니다. 그 이야기 때문에 혼자오기가 무서웠나 봅니다. 이렇게 아빠랑 집에 오는 걸 즐거워해주는 시간이 언제까지일까 생각해 봅니다. 내년이면 중학생이니까요. 잘하면 더 커서도 친하게 지낼 수 있을 테고요. 당장 몇 달 뒤부터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금 주어진 시간이 지극히 짧다는 것을 안다면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해집니다. 이런 일상적인 순간들의 가치를 되새겨봅니다. 아이들에게 평생 좋은 친구 같은 아빠였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더 제 역할이 중요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말하는 대로 크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대로 크니까요.
저는 아직 그리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아이들을 위해 더 일찍 귀가하는 날을 늘여야겠습니다. 지금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그리워할 순간들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