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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06. 2019

#_관계가 아름다운 거리

좋은 관계일수록 유지해야할 적당한 거리가 있다.

나는 걷는 걸 제법 좋아한다. 

지금 있는 연구실은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데, 집에서 출근할 때도 걸어서 오고, 교보문고를 나갈 때도 걸어서 간다. 강남역 부근에서 약속이 있어도 걸어가면 여유가 있다. 사람과 가게의 풍경도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런 풍경들이 거리를 만든다. 


거리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보통 두개의 물건이나 장소가 떨어진 공간적인 길이를 말하기도 하고, 일정시간 이동해야하는 공간적 간격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 간격 사이에 놓여있는 풍경도 우리는 거리라고 부른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날에는 서로가 적당한 거리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서로가 그 약속장소로 이동한다. 서로가 익숙한 장소는 아닐지라도 서로 가까운 방향으로 거리를 좁히며 이동한다. 이런 만남은 설렌다. 


어떤 만남은 일방적이다. 

무조건 내가 가야하거나 상대가 와야 한다. 물론 한 번씩 오고 가는 것도 좋지만, 그런 만남은 왠지 지친다. 내가 걸어가는 동안 상대도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만나는 장소까지의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마중과 배웅도 있는 게 아닐까? 약간의 거리라도 함께 다가오고, 함께 걸어가는 거리만큼 관계도 무르익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하다. 

거리가 없으면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풍경도 사라지기 때문에 삭막해지기 쉽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면 허전하고, 너무 가까우면 갑갑하다. 결혼하고 부부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만남의 풍경을 잃어버리곤 한다. 상대를 만나기 위해 걸어가야 하는 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좋은 관계일수록 유지해야할 적당한 거리가 있다.


관계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서로를 향해 걸어서 만날 수 있는 거리다. 관계에 서툰 사람은 그저 만남을 효율로만 생각해서 그 거리를 없애려고 한다. 가깝다고 다 좋은 관계가 되는 건 아니다.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무작정 서로의 거리를 좁히기보다는 서로의 거리를 인정하고 그 사이를 더 아름다운 풍경으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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