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를 깊이 애도하며..
뉴스를 처음 접할 때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항의 이름이 낯설어서 순간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의 어느 도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제주항공이었고, 공항도 전남에 있는 무안공항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승객 대부분이 사망했을 거라는 기사에 머리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삶은 이토록 순식간에 끝날 수 있구나. 참 허망하고 무섭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사고 뉴스를 알려주니 역시나 믿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은 어떡하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러게... 할 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내와 이달 초에 당일로 제주도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그때가 생각났는지, 만약 우리가 탔던 비행기가 그런 사고가 났다면 남겨진 아이들은 어떡하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삶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을 테고, 남겨진 가족들은 이 황망한 사건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것입니다.
그 와중에 2명의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더 많은 생존자가 나오길 바라지만, 이미 사망자 확인은 마무리된 듯 보였습니다. 문득 올해 사고로 돌아가신 친한 동생의 아버님 일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불과 아침까지 아무 일 없으셨는데, 저녁에 보니 작업 중에 낙상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그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실의 슬픔을 고스란히 느꼈던 그 마음이 스쳐갑니다. 공감한들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때도 지금도 부디 세상을 떠난 영혼들이 모두 평안한 곳에 편히 안식할 수 있길 기도할 뿐입니다.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를 떠올립니다.
오늘의 삶이 내일의 삶을 보장하지 않음을 한번 더 기억합니다.
살아있음은 그래서 소중한 것임을 느낍니다.
우리는 살아있음을 당연히 여기지만, 사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음을.
지금의 그 당연함이 불과 30년, 혹은 50년, 70년 후면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이 순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영혼들을 축복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애도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