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머리카락 기부, 더 특별한 기분.
항암은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하였어요.
그래도 또 계획에 맞게 진행되어야 하니,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첫 항암을 그래도 무사히 해냈어요.
입원기간 동안 남편은 힘들었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있어서
그래도 괜찮았다며,
CCTV로 아이들도 볼 수 있고
목소리도 들려줄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하였어요.
3주 간격으로 항암은 계획되어 있어요.
항암제를 케모포트로 맞고,
그 후 2주 간 먹는 약은 정말 독해요.
다음 항암 전 1주 간은 약을 안 먹는데,
이 때 다음 항암을 위해
최선을 다해 회복에 전념해야 해요.
2차 항암부터는 그래도 덜 무서웠어요.
정말 죽을 만큼 아프고 힘들지만,
그래도 낫는 길이라는 걸 느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남편의 3차 항암이 끝나고
휴약기이던 때,
저는 세 번째 머리카락 기부를 실행해요.
머리카락 기부는 2020년이 처음이었어요.
워낙 머리카락이 잘 자라는 편이어서,
자르는 것에 큰 스트레스가 없는데,
SNS를 보다가 어떤 분이
'어린 암 환우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이라는 것이 있다고
소개하고, 실천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2020년 1월 첫 기부를 하였고, 임신을 했고,
첫째를 낳고 일년쯤 지나서 두 번째 기부를 하였고,
이번이 세 번째에요.
그러고보니 둘째를 낳고 일년 쯤 지난 시점이었네요.
첫 번째, 두 번째 기부할 땐
제가 암 보호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누구나에게 올 수 있다지만,
왠지 나에게는, 내 가족에게는
오지 않으리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번 기부가
더 특별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했던 일이었는데,
그저 나에게는
머리카락이 잘 자라는 편이었고,
미용실에서 오래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 해서
자주 안 가고,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면서 묶고 다니다보니
어느새 많이 자라
기부할 수 있는 길이가 되었을 뿐이었는데,
암 보호자가 되고 나니,
미용실에 가기 전
샴푸와 린스, 트리트먼트를 더 정성껏 하게 되어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머리카락 기부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 세 번의 기부행위는
암 보호자가 되기 전에도,
암 보호자가 된 후에도
'괜찮은 일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해요.
첫 번째 기부 때
'난 당신 긴 머리가 더 좋고 예쁜데,
좋은 일 하는 거니까...'라고 했던 남편이
이번에는
'당신이 했던 일들이
왠지 나에게 다 친절과 호의, 행운으로 올 것 같아.
고마워요.'라고 말해주었어요.
항암 중이지만,
또 이렇게 함께 마음을 다잡아가요.
* 머리카락 기부는
‘어머나운동본부’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