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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항암, 약을 줄이다.

2박 3일 입원에서 1박 2일로 갑작스럽게 퇴원도.

by 사랑예찬

암 선고를 받고,

먼저 수술을 하고,

항암을 8차까지 하게 된 것은

'2기 고위험군'이기 때문이에요.


2기는 전이는 없다는 뜻인데,

고위험군이라는 것은

검사결과상으로는 전이가 없지만,

그래도 전이가 있을 수 있는 위험이 크다는

의미라고 했어요.


그래서 예방적으로 8차 항암을 하는 거에요.


첫 항암의 두려운 터널을 지나,

2차, 3차까지 그래도 잘 지나왔고,

4차 항암을 들어가자

주치의께서 약을 20% 줄인다고 하였어요.


약을 줄인다는 건,

의학지식이 없더라도

잘 낫고 있다는 뜻이라는 건 알 수 있으니

남편과 저는 그저 감사하다 생각해요.



아이들이 집에 있기 때문에

2박 3일간 입원을 해서 항암을 받아왔는데,

4차에 이르자

'낮병동'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낮병동은 아침에 입원에서 오후에 퇴원하는 건데,

항암하다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입원을 선택했던 저희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다음부터 낮병동을 하겠다'고 사정해서

입원을 했어요.


당시 뉴스를 보면, 의료계 파업이 난리였는데,

그 때문인건지,

남편의 상태가 호전되어 그런 제안을 하신 건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렇게 입원을 해서 4차 항암을 들어갔는데,

20% 약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통증은 같다고 하였지만,

사람 마음은 또 다르잖아요.

그 전보다 좀 덜 힘들다고 말을 해서,

한결 마음을 놓고 제가 할 일들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음날이 되자

갑자기 퇴원하라고 한다는 말을 해요.

부랴부랴 준비해서 퇴원을 도와요.


아들 둘 육아에

남편 암 보호자에

의뢰인들에게 변호사로

서울시 상가임대차 조정위원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고 정신없는데


갑작스럽게 바뀌는 상황은

보호자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암 선고도 받아봤는데,

이 정도는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일정들을 조율하면서

병원에 가요.


암 앞에서는 '계획적인 성향'은 물거품이에요.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요리조리 움직여야 해요.

저는 독립적인 변수가 될 수 없어요.

조연이고, 보호자일 뿐이에요.


그래도, 감사해요.

살아 있고, 호전되는 게 수치로 보이고,

조금씩 적응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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