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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Oct 30. 2022

예감

6화

 -더워? 우리 카페에서 목 좀 축일까?-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적당한 동작으로 수화를 대신한다. 카페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시원한 음료를 들이켜는데 그녀가 갑자기 내 옆에 철썩 붙어 앉는다. 심장이 사정없이 펌프질 한다. 그녀에게 들릴까 살짝 떨어져 엉덩이를 들었다, 조금 떨어져 다시 앉았다.     


 “야, 되게 신기한 거 보여줄까?”     

 

 그녀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그녀의 배 위에 내 손을 얹는다. 뭔가 내 손바닥을 간지럼 태우는 느낌이다. 그녀는 태동이라고 했다. 배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신기했다.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었다. 나도 그녀에게 좀 더 큰 존재고 싶었지만, 지금처럼 조용히, 그녀에게 내가 필요한 날까지 마음속으로만 사랑하자고 스스로 마음을 다졌다. 우린 카페에서 나온 후 부동산을 더 돌아다닐 수 없어 그녀의 집으로 돌아왔다.     

 

 -나 오늘은 여기 있다가 내일 아침에 가도 돼?-

 “얘가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안돼! 남녀가 유별한데. 아무튼, 안돼!”

 -내 말에 큰 의미를 담지는 말고. 너 오늘 되게 힘들어 보여.-

 “아니야. 내가 얼마나 건강한데.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문자 할게.”     


 불안했지만 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그녀의 배 위에서 느꼈던 내 손에 남아있는 느낌은 지우기 힘든 신기한 경험이었다. 잔류 감각 때문이었을까, 너무 돌아다녀 피곤한 탓일까. 어렵게 잠을 청했지만 이내 눈을 떠야 했다. 휴대전화 소리가 선잠을 흔들어 깨운 탓이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3시. 발신자는 그녀였다. 그녀가 나에게 전화하는 일은 없었다.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산아 빨리 와줘. 진통이 오는 것 같아. 어쩌지? 나 좀 도와줘. 너무 아파. 나 좀 살려줘”     


 혹시 모를 위급상황에 통화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내가 전화로 도울 방법은 없었다. 전화를 끊고 다급히 카톡을 했다.      

  

〈119 신고를 먼저 해. 가고 있으니까, 일단 급한 대로 119 신고부터 해.〉

 

 만삭의 그녀를 데리고 너무 오래 걸어 다녔다. 오늘은 같이 있어 줘야 했다. 나 자신을 자책하며 제발 별 탈 없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내 카톡을 확인하지 않고 있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난 그녀의 오피스텔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내가 듣고 싶은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고객님께서 전화를..’

 

 새벽이었다. 거침없이 밟았다.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엘리베이터 내에 내 위치를 알리는 숫자는 더디게 한층 한층 순서대로 올라가고 있었다. 답답했다. 갈증이 남과 동시에 긴장감에 목에서 굵직한 무엇인가가 내 의도와 상관없이 넘어가 버린 기분이다. 엘리베이터 도착 신호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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