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타고난 '사주팔자'로 운명이 나뉜다. 물, 불, 흙, 나무, 쇠의 기운을 여덟자에 나눠 받는다.
내가 받은 여덟자에는 흙이 없다. 나무도 하나밖에 없단다. 대신 쇠는 많아서 재물복이 많단다. 삼십몇년의 인생을 돌아보면 재물복이 많을수가 없는데. 재물창고를 가득 채웠다는 내 쇠붙이들의 기운은 아직 오지 않았나보다.
사주나 관상 따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떤 선생님이 내게 그랬다. 자네는 농사를 짓는 것이 천직이여. 그렇게 땅을 만지면서 부족한 흙의 기운을 채우는 것이여.
그 선생님의 논리에 따르면 내 이름이 '그루'인 것도 부족한 나무의 기운을 채우는 것이란다. 우리 아빠는 내가 그 날 그 시간에 태어날 것을 알기라도 했던걸까. 내 이름도 '그루터기'로 지어놓고, 물려받을 농사도 잔뜩 벌려놓았다.
20년 전만 해도 절대 엄마아빠처럼 농사는 짓지 말아야지 했었다. 시골에서 땀흘리며 가난하게 사는 것은 엄마아빠에서 끝나야지 했었다. 그런데 벌써 10년이다. 엄마아빠가 있는 곳으로, 땀흘리며 살겠다고 내려온 것이 말이다.
10년.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여름마다 짓는 고추농사도 겨우 열번밖에 짓지 못 하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커리어도 변하고, 가족구성도 변하는 시간이다. 나의 지난 10년은 제대로 이뤄놓은 것 하나 없이 그저 슥 지나간 것만 같다.
그래서 글을 쓰며 돌아보기로 했다. 분명 나의 10년도 많은 성장이 있었을 것이다. 그 동안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치열하게 채웠을 것이다.
내가 돌아보기 위한 글이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같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지난 날, 나 참 잘 살아왔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앞으로 내가 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쓸테다. 그러니 이 마음이 그곳에 있는 당신에게까지 퍼져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