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대학교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자마자 진도에 내려왔다. 몇 주가 지나도 집에 있으니 어른들이 수근거린다.
어떤 할머니는 길가에서 나를 불러세우시고는 말하신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어서 올라가거라.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면 못 쓴단다."
어떤 할아버지는 인사를 해도 못 들은체하고 지나가시기에 앞으로 달려가 세 번을 더 인사했다. 그제서야 으응 하고 지나가신다.
우리 엄마아빠에게도 대학까지 나온 자식을 왜 농사짓게 만드냐고 욕하신다. 시골로 내려오면 멀쩡한 사람도 바보가 된단다.
정작 그렇게 말하신 분들도 다 시골(중의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신다. 저러다 못 견디고 다시 올라가겠지, 저러다 시집가면 그만이지 하시며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지켜보셨다.
그렇게 1년, 2년, 3년이 지나고 2024년이 되었다.
사실 1년도 지나지 않아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나를 보면 버선발로 달려오신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져오신 농산물도 팔아드리고, 농사지어서 돈을 벌고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연예인들도 오고 도지사님도 오고 티비에도 여러번 나오니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셨다.
시골에 내려와 못쓰게 되어버린 내가 마을의 보배가 되었다.
좀 더 어렸을 때는 솔직히 좀 밉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말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내가 미워서가 아니라, 어쩌면 나는 잘 됐으면 좋겠어서, 당신들이 그 동안 너무 힘들게 살아왔어서 이 힘듦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하신게 아닐까도 싶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 마을분들에게 더 큰 보배가 될 것이다. 이제 그 분들 입에서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시골에 내려오면 보배가 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